내맘대로 일기 30
아내랑 식탁에서 커피 한 잔 마시다 예전 직장 얘기가 나왔다. 2006년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다니던 회사가 상황이 좋지 않았다. 월급이 제때 나오지 못했다. 처음에는 보름 넘기더니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직원이 하나둘 떠났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배 녀석도 그때 버티지 못하고 나갔다. 울며 떠나보냈다.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6개월째까지 월급을 주지 못했다. 남아 있던 직원들도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다. 나는 맞벌이라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결국 나처럼 맞벌이이거나 미혼 직원들만 남게 되었다. 그러다 하반기부터 숨통이 트여 밀린 월급을 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2~3년 동안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당연히 직원들의 입사와 퇴사가 일상이 되었다. 당시 경리과장은 언제나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 숙이고 다녔고, 한숨만 푹푹 쉬었다.
그러다가 2010년, 회사가 사업적으로 안정화 궤도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자금난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내가 퇴사한 2021년까지 다행히 월급이 밀린 적은 없었다.
회사는 2000년에 설립되었고, 나는 1년 뒤인 2001년에 합류했다. 당시 가난했던 회사에서 묵묵히 견뎠던 직원들은 내가 회사를 그만둔 2021년 이전에는 이미 이직한 상태였다. 나를 마지막으로 어려웠던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직원은 회사에 이제 없는 셈이었다.
사장님과 마지막으로 마주한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힘들었던 때를 얘기하게 되었다. 그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누구보다 더 마음이 무거웠을 것이고, 속으로 눈물을 삼켰으리라. 또한 회사의 존폐를 두고 수많은 밤을 지새웠으리라. 그러고 보니 그 무렵 새벽 늦게까지 회사의 미래를 얘기하며 같이 잘 키워보자고 의기투합했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함께 동고동락했던 그때 직원들을 지금도 1년에 두세 차례 만난다. 개중에는 형편상 일찍 그만두었던 아끼던 후배도 있다. 당시에는 그렇게 처절하고, 힘들었던 상황이 20년쯤 되니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고, 술자리에서의 추억이 되었다.
나는 아니야. 아내의 말에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온다. 식탁이다. 뭐가 아니지, 나는 갸우뚱한다. 나는 그때가 결코 좋은 추억이 아니야. 당시 6개월째 월급을 가져오지 못한 나를 두고 아내는 오히려 격려해 주기까지 했던 터라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동시에 사장님에 대해서는 그렇게 이해를 잘하면서 막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힘들었을 아내를 챙기지 못했구나,라는 죄책감이 들었다. 묵묵히 참아 준 아내를 나는 위로해 주지도 않았고,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불현듯 깨닫는다. 한참 뒤늦었지만 지금에서야 전한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이 순간만큼은 소지섭이 되어본다. 통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