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1
첫째 녀석 태어나던 해 그 어렵다는 담배를 모질게 끊었다. 담배 끊는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고 했던가. 나쁘게 말하면 사람 독하다는 뜻이요, 좋게 말하면 그만큼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뜻일 게다. 같은 상황을 두고 이렇게 평가가 엇갈리는 것을 보면 세상 가치 판단이라는 것이 퍽 주관적일 수밖에 없구나 싶다. 요즘은 담배 끊었다고 하면 다들 잘했다고 격려해 주니, 역시 그 생각이 틀림없다고 확신하게 된다.
최근에는 술도 끊었다. 의사의 권고가 있기도 했지만 부쩍 건강이 이상하다 싶던 차였다. 친한 친구 술자리. 흥에 겨운 녀석들, 2차 가자며 들썩거릴 때 하품만 나왔다. 노래방으로 이어지는 3차까지는 차마 견디지 못하고 먼저 간다 나선다.
술, 담배 끊으니 재미없다고 느낀다. 그래 간혹 술 생각나기는 한다. 그런 나를 두고 선배가 말한다. 좋아하는 글을 한 번 써보는 건 어때? 문득, 그랬었나, 싶다.
노트북을 켠다. 무얼 쓰지? 하얗다. 이럴 때 뭐? 커피를 내린다. 진한 커피 향이 퍼진다. 쌉싸름한 커피가 들어가니 뇌가 번쩍 깬다. 타닥타닥, 자판을 친다. 물론 독수리 타법. 시공간을 넘나들며,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니 어느덧 2시간 훌쩍 넘게 흘렀다. 글 쓰는 게 그렇다. 시간을 잡아먹는 TIME EATER다. 게다가 늘 배고픈 대식가다. 그러나 많이 먹는 것에 비해 내놓는 건 보잘것없다. 비효율의 극치다. IN PUT과 OUT PUT이 너무 차이 난다. 불공정 거래다. 그럴수록 커피가 더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3잔째. 속이 쓰리다.
역류성 식도염이란다. 의사가 끊으란다. 커피를. 오 마이 갓이다. 술, 담배까지 끊었다며, 사정한다. 정 그렇다면 줄이란다. 다행이다. 살았다. 그래 요즘 하루 한 잔만 마신다. 커피를 대하는 내 태도가 금이야 옥이야 조심스럽다. 종이 필터에 커피 가루 흘리지 않게 덜어내고, 천천히 정성스레 포트를 돌리며 물 내리는 모습이 정화수 떠 놓고 아들 무탈 바라는 어미 모습 닮았다. 드리퍼를 통해 또르르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진하게 풍기는 커피 향을 맡으며 오늘은 무얼 쓸꼬, 생각에 푹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