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내맘대로 일기 6

by EAST

내가 사는 아파트는 4,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다. 그런데 초등학교는 달랑 1곳뿐. 학령인구가 줄어 교육청은 학교 신설에 소극적이다. 예산도 없다 한다. 해서 기존 있던 학교에 학생들을 밀어 넣는 느낌. 당연히 단지 옆 초등학교는 과밀 학급이다.


단지가 커서 학생들은 등교 때 자전거를 많이들 타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자전거를 세월 둘 곳이 마땅치가 않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자전거는 한때 단지 내 주민들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엉켜 있었다. 게다가 초등학교 바로 옆에 있는 동(棟) 입주민은 세워져 있는지, 쓰러져 있는지 거대한 자전거무덤(?)에 불만이 솟구쳤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입주자대표협의회에서 나선 모양이다. 등교 시간만 되면 자전거 주차(?) 관리 요원 2명이 나와 정리를 해주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한결 나아졌다. 질서 정연하게 나란히 서 있는 자전거 행렬을 보면 아름답기까지 하다. 저학년들이 주로 타고 다니는 유아용 킥보드, 일명 씽씽이는 씽씽이대로, 자전거는 자전거대로 각 맞춰 나란히 서있는 모습은 가히 예술적이다.


다 좋은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모아 놓으니 좋은 사냥감이 되었다. 가지런히 있으니 비교도 쉬웠다. 개중 비싸 보이는 녀석, 잘 생긴 녀석이 타깃이 되었다. 맞다. 자전거가 분실되었다. 저녁이면 아파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자전거 찾습니다,라는 공지가 심심찮게 올라왔다. 다행히 몇몇 자전거는 찾았다는 답글이 달렸다. 하지만 주인 찾아오는 건 일부에 불과했다. CCTV 확보했으니 자수해라,부터 내일 경찰서에 신고하기 전에 와서 빌어라, 까지 다양하게 글이 올라온다.


나도 같은 경험이 있다. 둘째 녀석이 다섯 살 때쯤이었다. 오전에 자전거를 샀다. 친구 집 앞에 잠깐 세워두었다. 그런데 사라졌다. 산지 3시간이 채 되지 않은 자전거가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아파트 단지를 샅샅이 뒤졌고, 지하 주차장에 심지어는 옆 아파트까지 가보았다. 장장 2시간 넘게 찾아다녔지만 결국 포기. 둘째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다음 날 새롭게, 아깝게 자전거를 또 장만했다. 이번에는 아파트 동호수를 큼지막하게, 빼곡하게 유성 매직으로 빡빡 눌러썼다. 두 눈 똑똑이 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매서운 눈 그림의 스티커도 사다 붙였다. 그 덕분인지 그 자전거 목숨이 꽤 오래 유지되었다.


외국인이 한국 오면 놀라는 것 한 가지. 카페에서 노트북, 또는 핸드폰을 놓고 주문하러 가는 모습에 경악한다고. 오! 위대한 한국, 안전한 한국, 엄지 척이다. 그런데 자전거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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