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밤, 잠들지 못하는 시간

밤보다 먼저 무너진 것은 나였다.

by 혜삐
무너진 밤, 잠들지 못하는 시간

밤은 원래 휴식의 시간이어야 했다.
하지만 나에게 밤은 더 이상 편안한 시간이 아니었다.
잠들지 못하는 긴장과 불안, 그리고 깨어 있는 고통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잠이 늦게 오는 줄 알았다.
눈을 감아도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아빠의 고함 소리, 손찌검, 엄마의 외면…
그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내 뇌리를 때렸다.


눈꺼풀은 무거운데, 마음은 쉬지 못했다.
잠을 청하려 몸을 뒤척이면, 오히려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
그렇게 밤은 끝없이 길어졌다.


새벽 두 시, 세 시, 네 시…
창밖이 서서히 밝아올 때까지 나는 침대 위에서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겨우 잠에 들었을 땐 이미 아침이었다.
내 하루는 늘 뒤틀려 있었다.


낮과 밤의 경계가 무너지고, 생활의 리듬이 무너졌다.
낮 동안 사람들과 어울릴 기운은 없었고, 밤마다 홀로 깨어 있는 시간이 나를 더 고립시켰다.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온갖 생각이 몰려왔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내일이 온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어둠 속에서 이런 질문들을 곱씹다 보면, 아침이 오는 게 오히려 두려웠다.


밤이 무너졌다는 건, 단순히 잠을 못 잔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삶의 균형이 깨졌다는 뜻이었다.
밤이 나를 무너뜨리면서, 내 하루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잠을 두려워했고, 동시에 잠을 갈망했다.
눈을 감으면 고통스러운 기억이 덮쳐왔고,
눈을 뜨면 끝없는 불면이 이어졌다.


어느 쪽에서도 나는 자유롭지 못했다.


돌아보면, 그때의 불면은 내 몸과 마음이 보낸 경고였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하지만 그 경고조차 나는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저 또 다른 밤을 견디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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