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뜩 눈을 뜨니 아침 7시 반! 이런, 평소 같으면 이미 아침까지 먹고 단장을 할 시간이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밤새 뒤척이다가 잠시 눈만 감고 있었지 대체 잠을 잔 기억은 없단 말이지. 아뿔싸, 오늘따라 아들이 먹을 밥조차 없다. 부랴부랴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게 맡기고 달걀 프라이도 넉넉한 내 마음처럼 세 개를 했다. 머리는 어제 아침에 감은 터라 물을 뿌리니 아무도 모를 것 같다. 옷만 갈아입고 뛰쳐나오니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출근 풍경이다. 다만 눈치 없는 빈 위장은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서랍을 뒤지니 얼마 전 멋쟁이 사서가 준 간식이 눈에 띈다. 이름도 ‘쫀득쫀득 참붕어빵’이라네? 그런데 그 뒷면의 문구가 더 눈길을 끈다. ‘네 속이 참 궁금해...’ 그래서 ‘참’이 붙었나 보다. 누가 네이밍을 한 것인지 참으로 기발하다. 포장을 벗기고 보니 먹음직스러운 색깔과 통통한 모양의 붕어가 있구나. 나야말로 네 속이 궁금하다. 허겁지겁 반을 딱 가르니 과연 쫀득쫀득한 찰진 떡과 팥 모양의 무엇인가 들어 있다. 그래, 네 속은 이랬구나! 불현듯 내게 이 붕어빵을 건넨 이유가 궁금해졌다. 날 향한 호기심의 발로인 걸까? 아니면 무심히 건넸을 뿐인데 내가 너무 나아갔나?
가끔 내 마음과 다르게 저지른 일에 당황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하물며 남의 속을 어찌 다 알겠는가? 그래서 대화의 기술이 더욱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첩첩산중 고립된 삶이 아닌 이상 누구와 어떻게든 관계 맺음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게 인간이다. 더욱이 사회생활에 있어서 인간관계야말로 말해 무엇하랴. 속을 뒤집어 보여 줄 수도 없고, 말을 해도 그대로 믿어주지도 않을 때는 참으로 답답하다. 그렇다고 ‘왜 내 말을 믿질 않지? 믿어!’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는 집안에서 아들과 나 사이에도 가끔 발생하는 사태다. 아들의 어미를 향한 간절한 눈빛!
‘엄마, 날 좀 바라봐 줘요. 날 좀 믿어요!’
직장에서 몇 안 되는 사람들 가운데 나와 같은 동료는 단 한 명도 없다. 어쩌다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날 때면 반갑다. 하지만 그저 소소한 부분에서의 공통점을 발견했을 뿐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인간은 어쩌면 상대에 대한 호감에서 비롯해 친밀감을 느끼고자 공통분모를 찾는 게 아닐까? 어쩌다 닮은 꼴 하나를 발견하면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기뻐한다. 급기야 나와 같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마저 드는 것처럼 보인다.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아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나! 그 둘은 다른 것 같지만 묘하게 닮았다. 그 기저에는 무늬만 다른 욕심이 깔려 있다. 애잔함에서 비롯된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다.
붕어 한 마리가 들어가니 이제야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다. 거울을 다시 자세히 들여다본다. 거울 속의 자아가 내게 말을 한다.
“이 피곤한 아줌마야 쓸데없는 생각 좀 그만해.”
“난 가을 타잖아!”
“너 오늘 머리 안 감고 나온 거 티 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