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ptain가얏고 Apr 25. 2024

별을 닮은 아이

02. 고래 이야기(어른을 위한 동화-연재)

02. 고래 이야기

                                              점프하는 범고래(출처: 네이버 이미지)   

  

 다음 날에도 다시 찾은 학교다. 어제처럼 창문을 향해 펄쩍 뛰어올랐다. 아뿔싸, 올라가기까진 좋았는데 창틀을 통과하다 그만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누가 볼까 펄떡 일어나는데 발목을 삐끗했나 보다. 마침 눈이 마주친 뼈만 앙상한 해골은 턱까지 딸가닥거리며 웃는다.      


“이런, 꽤 아프겠는걸.”

“쳇, 하나도 안 아프거든.”  

   

 심통이 난 아이가 눈을 흘기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걷는다. 여전히 숨죽이게 하는 고요함이다. 휘휘 돌아보다가 또다시 책장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어? 내가 좋아하는 고래다.’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기쁨으로 반짝인다.   

  

 고래는 새끼를 낳아 기르는 포유동물이에요. 고래는 총 90여 종이 알려져 있는데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로 구분하지요. 수염고래는 이름처럼 긴 수염이 위턱에 달려있고 많은 양의 물을 빨아들여서 수염으로 거른 플랑크톤을 섭취해요. 이빨고래류는 작은 어류부터 큰 포유류까지를 먹이로 한답니다.   

 

 미진이의 고향은 바다와 가깝다. 엄마와 시내로 가는 차 안에서 멀미로 고통스럽다. 때맞춰 버스가 신호에 멈추어 섰다. 창문을 열고 거친 숨을 내쉬는데 눈에 들어온 광경에 입이 딱 벌어진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거대한 고래가 크레인에 거꾸로 매달린 채다. 상상했던 장면과는 달랐던 고래의 깜짝 등장으로 차멀미는 저만치 달아나 버렸다. 그물에 걸린 가엾은 고래를 본 그날의 생생한 기억이다.

   

‘내가 본 고래는 뭐였지?’

비슷한 사진을 찾아보려고 해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수염고래는 지구상에 알려진 제일 큰 동물로 약 13종이 있는데 대왕고래는 이름처럼 그중에 가장 크지요. 대왕고래, 밍크고래, 핀고래, 혹등고래가 대표적으로 작은 물고기나 크릴 떼를 먹어요. 반면에 이빨이 발달한 고래는 물고기나 오징어를 먹이로 하는데 향유고래, 돌고래, 범고래 등이 있어요. 특히 범고래는 높이 솟은 등지느러미로 알아보기가 쉬워요. 주둥이는 매우 짧고 눈 위 뒤쪽으로 희고 큰 반점이 있답니다. 무리 지어 사냥하는 범고래는 지능이 높아요.


 넓고 푸른 바다 위로 점프하는 범고래 사진이 단연 마음에 든다. 당당하고 위협적인데 귀엽기까지 하다. 생동감 있고 힘센 고래의 모습에 가슴이 뛴다.  

  

"꼬마야 우리랑 놀자."

"쟤는 여기 언제까지 있을까?"

"아휴, 심심해." 

  

여기저기 수군거리는 소리에 그제야 고개를 든다. 주위가 금세 어두워졌다.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아빠가 찾을 것 같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돌아오는 길, 머릿속은 온통 범고래 생각으로 가득 찼다.   

   

‘얼른 커서 어른이 되어야지. 아, 커다란 배도 사야겠다.’

 이제 새로운 꿈이 하나 더 생겼다.     

 

 그날 밤 아이는 멋진 배의 선장이 되었다. 거대한 남극의 쇄빙선이 얼음을 깨며 나아가고 있다. 펭귄은 부지런히 물속 먹이를 노리고 게으름뱅이 바다사자는 한가로이 일광욕을 즐긴다. 두리번두리번 고래를 찾는다. 혹등고래가 보이고 멀리 대왕고래도 보인다. 범고래가 친구와 협공으로 파도를 일으킨다. 고립된 물개가 얼음 위에서 떨어진다. 대왕고래가 수면 위로 솟구친다. 선장이 탄 배가 크게 휘청거린다. 남극의 어둠이 밀려오고 밤하늘의 별이 빛난다. 

작가의 이전글 별을 닮은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