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별 이야기(어른이 읽는 동화 - 연재)
01. 별 이야기
(출처: 네이버 이미지)
신작로에 넓게 깔린 자갈이 햇볕에 바짝 달구어졌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돌 위를 잰걸음으로 걷는다. 요란스럽게 달려오던 버스가 희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행인을 무심히 지나친다. 잠시 가장자리로 비켜선 아이가 다시 속력을 내어 뛴다. 한여름 무더위에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하필 여름방학 동안 완성해야 할 교재를 깜박 잊었다.
인기척 하나 없는 학교는 적막감만이 감돈다. 자물쇠가 굳게 잠긴 교실이다. 주변을 서성이다 깨진 창문을 발견한다. 날쌔게 벽을 타고 올라 창틀에 작은 몸을 구겨 넣는다. 빼빼 마른 체구가 미끄러지듯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아무도 없는 교실을 살금살금 걷는다. 책상 속에는 주인을 잃은 물건이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잽싸게 챙겨 나오는데 과학실 앞이다.
조심조심 다가가 안을 들여다본다. 자꾸만 들어가라고 부추기는 호기심에 못 이기는 척 미닫이문을 살짝 밀어본다. 드르륵 문지방 레일에 끼워진 쇠바퀴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스럽다. 내딛는 걸음마다 긴장한 근육은 뻣뻣해지고, 빨라진 맥박의 파동은 하얀 벽에 가 부딪쳐 돌아와 귓전을 울린다.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정체 모를 생물체의 시간은 어느 때인가에 멈추어 있고, 구석에는 사람을 닮은 모형이 앙상한 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위를 살피던 시선이 낡은 책장 앞에 가 머무른다. 별에 관한 이야기책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까치발을 하고 팔을 쭉 뻗으니 겨우 손에 닿는다. 첫 장부터 형형색색의 화려한 별들의 사진이 한가득 실려 있다. 책에 빠져든 아이가 바닥에 쪼그리고 아예 자리를 잡는다.
멀고 먼 까만 밤하늘입니다. 한가득 쏟아질 듯 별을 품고 있지요. 별들도 태어나고 죽는다고요? 별은 자기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랍니다.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을 별이라 부르지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별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을 행성이라고 해요.
‘아하! 우주의 수많은 별 중 하나가 태양이구나.’
이글거리는 태양도 별이란 걸 처음 깨닫는다.
‘은하계가 천억 개의 항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천억이면 대체 얼마나 많은 거야? 우주가 그렇게나 넓다고? 별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우주 공간에 퍼져 있던 수소 구름이 모여서 뜨거운 열과 밝은 빛을 내는 별이 되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를 거듭하다가 끝을 화려하게 장식해요. 찬란하고 아름다우며 뜨겁게 타오르던 별도 끝을 맞이하는데 클수록 짧고 굵게, 작을수록 길고 가늘게 산답니다.
‘별들도 태어나서 죽고 여러 색깔이 있네? 전부 같은 색으로 보였는데 말이지. 난 작은 별처럼 오래 살래. 죽는 건 너무 무섭잖아.’
창문 밖 교실 가까이 도착한 어둠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안을 살핀다. 당장이라도 아이를 집어삼킬 것만 같다. 겁에 질려 벌떡 일어나려는데 발이 저려온다. 감전이라도 된 듯 찌릿찌릿 아픈 다리를 절룩이며 황급히 빠져나온다.
‘하늘에 그렇게나 많은 별이 있다고? 그럼 다른 별에도 생명체가 있겠네. 지구 밖 세상이 궁금해.’
한낮의 이글거리던 태양 대신 밤의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방이다. 꿈을 꾸는 주인공의 세상은 온통 별천지다. 우주선도 탔다가 떠돌이별의 주인도 된다. 별을 닮은 아이를 달님이 포근히 감싼다. 미진이의 환한 얼굴이 달빛에 더욱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