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aptain가얏고
Aug 29. 2024
어른을 위한 동화(별을 닮은 아이)
아빠 도시락 심부름
(아빠 도시락 심부름)
아침 도시락을 들고 너른 들판을 달린다. 강변까지는 한참이나 멀어서 밥이 식기 전에 가려면 부지런히 뛰어야 한다. 운동화에 힘 좋은 모터라도 달았음직한 쉼 없는 질주를 한다. 저만치 익숙한 모습의 아버지가 보인다.
“아빠~~”.
“천천히 와. 넘어질라.”
“아빠, 밥.”
새벽부터 실뱀장어를 잡느라 끼니를 거른 아버지가 급하게 한술 뜬다. 강바람에 실려 오는지, 아버지 작업복에서 묻어나는지, 출처가 모호한 비릿한 바다 냄새가 구수한 밥 냄새와 간간이 섞인다. 아버지 옆에 바짝 다가앉은 미진이가 아버지와 흰쌀밥을 번갈아 보고는 침을 꿀꺽 삼킨다.
“아, 배부르다.”
“아빠 왜 다 안 먹어?”
“우리 딸 밥 더 먹을래?”
“응!”
도시락을 가지고 달려온 딸을 위해 일부러 밥을 남기는 아버지다. 분명 아침을 먹고 나섰는데도 아버지가 남겨준 도시락은 꿀맛이다. 입안에 가득 흰쌀밥을 넣고 엄마가 갓 담근 김치 겉절이를 우적우적 씹으며 강 한가운데 생겨난 갈대섬을 바라본다.
그 옛날 군사 외교적 관문이었던 기벌포는 백제를 정복하러 온 당나라 소정방도 금강하구를 통해 들어온 동아시아 최초의 국제 전쟁터다. 고려말 왜구를 물리친 최무선의 진포대첩도 있었던 금강의 깊은 강물은 점점 토사가 쌓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작은 갈대숲을 만들어냈다.
'저 섬에 가보면 좋겠다.'
'헤엄치면 금방 도착할 것 같은데.'
막사 바로 아래로 금강이 아침햇살을 받으며 크게 일렁인다. 금강물은 기세 좋게 바짝 밀고 올라오다가 잠시 주춤하기를 되풀이한다. 앞을 막아서는 크고 단단한 돌에도 지치지 않고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다.
“아빠 일하는 거 봐도 돼?”
“집에 가야지.”
“싫어. 아빠랑 있을래.”
“그럼, 얌전히 보고만 있어야 해.”
“응!”
아버지는 전날 손본 파란 그물을 강에 풀어 설치한다. 한동안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나면 물레방아 같은 막대를 돌려 묵직한 그물을 당긴다. 거센 물살과 씨름할 때마다 삐쩍 마른 아버지 몸의 억지 근육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아빠, 내가 도와줄까?”
“아냐, 다친다. 저쪽으로 가 있어.”
가까스로 건져 올린 그물을 확인하는 아버지다.
“으악, 징그러워. 아빠, 이게 뭐야?”
“갯지렁이가 많이 들었네.”
갯지렁이와 함께 금강의 새우, 웅어, 숭어가 가득 잡혔다. 하지만 아버지의 관심은 온통 조그맣고 가느다란 실뱀장어에게 가 있다.
“그만 가자. 이따가 다시 와야겠다.”
“응.”
양동이에 가득 물고기를 담아 집으로 향한다. 아이는 의기양양 아빠 뒤를 따른다. 벼이삭이 노랗게 여물고 있는 나포의 가을 들녘은 온통 황금빛이다. 아직 아침이슬을 머금은 벼들이 강바람에 흥겹게 리듬을 타며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