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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tain가얏고 Nov 20. 2024

어른을 위한 동화(별을 닮은 아이)

아빠랑 밤나무골에 갔어요

 들일이 끝나 한가한 일요일에도 좀처럼 몸을 놀리지 않는 아버지다. 야구모자에 청바지 차림인 젊은 아버지가 광에서 큰 마대 자루를 꺼냈다.     

  

“아빠랑 산에 갈까?”

“응!”
 

 선선한 가을바람이 미진이의 통통한 볼을 기분 좋게 간지럽힌다. 알록달록 예쁘게 단풍이 든 산은 화려한 꽃을 피워내 지나는 길손의 눈길을 붙잡는다. 망개나무가 새빨간 열매를 자랑하는 오솔길 따라 한참을 걸어 들어가니 밤나무골이 나타났다.   

   

 이름처럼 밤나무가 많은 숲에는 밤송이가 지천으로 깔렸다. 아버지처럼 부지런한 청설모가 한 발 앞서 겨울 채비에 한창이다. 바삐 뛰어다니는 청설모는 사람을 보고도 달아나지 않는다.     


 밤을 줍던 아버지가 갑자기 나무를 흔든다. 이를 틈타 밤나무가 침입자들을 향해 실한 알밤을 사정없이 내던진다. 큼지막한 알밤 하나가 아이의 이마로 ‘톡’하고 떨어졌다.     


‘아야!’     


 그간 가까스로 열매를 끌어안고 있었나 보다. 입을 꽉 닫은 까칠한 밤송이들이 여지없이 사방으로 날린다. 청설모가 달려오더니 날카로운 이빨과 길쭉한 손톱으로 알밤을 꺼낸다. 촘촘히  박힌 가시에도 아랑곳없다는 듯 살살 돌려가며 까는 모습이 마냥 신기한 아이다. 


 한참을 지켜보던 미진이가 이에 질세라 신발로 누르고 집어 든 막대로 가시를 발기니 쌍동밤이 실체를 드러낸다. 잠깐 사이에 아버지의 포대 자루가 알밤으로 가득 찼다.     


“그만 내려가자.”


“벌써요? 더 있으면 안 돼?”


“우리 딸이 있어서 심심하지도 않고 좋네.”


“나도 아빠랑 다니면 재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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