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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별을 닮은 아이)

방패연

by captain가얏고

따사로운 햇살이 드리운 마루에 양손을 짚고 걸터앉은 아이다. 그 아래로 볕 좋은 마당을 차지한 아버지가 부지런히 움직인다.


“아빠 뭐 해?”

“연 만들지.”

“우와!”


아버지는 하얀 창호지에 동그란 구멍을 뚫더니 대나무를 얇게 잘라 살을 다섯 개 만들었다. 대나무 살은 윗부분의 머릿살, 중간의 허리, 위아래로 가르는 중살, 그리고 대각선을 가로지르는 장살 두 개다.


“이거 방패연이네?”


아버지는 대나무 살에 밥풀을 발라 꾹꾹 눌러 붙였다. 그리고 머릿살 부분을 구부려 반타원이 되게 묶은 후 연의 가운데 부분을 실로 묶었다. 다음으로 꽁수에 실을 묶고 위의 세 지점의 줄을 모두 하나로 묶는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아빠, 왜 여기를 실로 묶어?”

“그래야 뒤집히지 않아.”


드디어 얼레를 몸체의 실과 연결한 후에 연의 수평을 잡아 완성했다.


“다 됐다.”

“아빠랑 연 날리러 가자.”

“응”


집을 나서니 아늑한 마당에서와 달리 칼바람이 세차게 분다. 아버지 등을 방패로 마음이 급한 아이가 잰걸음을 걷는다. 마침내 아버지에게 넘겨받은 방패연을 들고 신바람이 났다.


미진이가 논 한가운데에 도착해 연을 잡고 달리기 시작한다. 머리 위에서 현란하게 요동치던 방패연이 바람을 타고 떠오르기 시작했다. 황급히 얼레의 실을 풀어보는데 키를 훌쩍 넘긴 연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끝도 없이 올라간다.


“아빠, 아빠, 나 좀 봐. 나 잘하지?”

“아빠한테 줘 봐.”


하지만 위풍당당 높이 뜬 방패연에 마음을 빼앗긴 아이는 모른 척 딴청이다. 그런데 순간 불어닥친 강한 회오리에 연줄이 툭 끊어졌다. 급작스레 벌어진 사태에 놀란 미진이가 그제야 아버지를 돌아본다. 얼레에 남은 실과 멀어지는 연을 허탈하게 바라보는데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기세다


“나 몰라. 날아갔어.”

“그러니까 아빠한테 달라고 했잖아.”


자유를 찾은 방패연은 놀리기라도 하듯 춤을 추며 아득히 멀어졌다. 아쉬움을 뒤로 터벅터벅 집을 향한 딸아이의 발걸음이 무겁다. 축 처진 어깨 시무룩한 딸의 모습에 마음이 쓰이는 아버지다.


에잇, 잔뜩 심통이 난 아이가 방에 들어가며 애꿎은 문에 화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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