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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다스리기 2

나는 감정에 빠르게 반응하는 사람입니다

by captain가얏고

사람은 직접 대고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에게 원하든 원치 않든 많은 걸 말하며 산다. 어쩌면 말보다 이미 더 많은 걸 담고 있는 걸로 보인다. 오늘도 누군가의 얼굴에서 나는 말보다 빠른 감정을 읽었다. 눈썹이 살짝 찌푸려지고, 입꼬리가 내려앉는 찰나의 표정. 그 한순간에 내 하루가 무너졌다.


뭐 사실 별일 아닐 수도 있다. 그 사람은 단지 피곤했거나 자신만의 생각에 잠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안의 오래된 감정은 그 표정 하나로도 쉽게 스위치가 켜지고 작동한다.


“내가 뭘 잘못했나?”

“혹시 내가 불편했나?”


내가 나를 향해 묻고, 다그치고, 움츠러든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상대의 작은 눈짓에도 마음이 출렁이고, 작은 온도차에도 몸이 얼어붙는다. 어쩌면 나는 그렇게 살아남아 왔는지도 모르겠다. 말보다 빠르게 표정을 읽고, 분위기를 살피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나를 탓하지 않기로 했다. 그 표정에 무너진 오늘의 나를 그저 다정하게 다독인다.


“괜찮아, 민감한 건 잘못이 아니야.”

“난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조심하며 살아왔잖아.”

“그리고 지금은, 그런 자신을 잘 돌아보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의 표정은 내 것이 아니다. 그 감정은 그 사람의 몫이다. 더 이상 남의 얼굴에 나의 귀한 하루를 걸지 않기로 한다. 민감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피곤한 나에게 조용히 말해본다.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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