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또복상점
우리는 참 안정된 삶에 안주하고 있었다.
처음엔 그 평온함이 좋았다. 바람은 잔잔했고, 일상은 나름의 리듬을 타며 흘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평온함이 무게가 되어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늘 만들던 것만 만들고 있었고,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은 희미해져 갔다.
아내 역시 모든 걸 갖춘 사람처럼 가끔씩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냈다.
좋았던 그 시간이, 어느새 우리를 무기력함 속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너무 안정적인 삶에 길들여지고 있다는 느낌.
그건 마치 천천히 가라앉는 배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음 한켠이 조용히 속삭이기 시작했다.
‘지금 안주하면, 언젠가 우리는 다시 플리마켓을 전전하며 시간을 갈아 넣는 삶으로 돌아갈지도 몰라.’
그 생각이 내 마음을 붙잡았다.
변화가 필요했다.
매출에도, 우리의 삶에도 한계가 느껴졌다.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점점 마모되어 가고 있었다.
무엇을 바꿔야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무엇을 시작해야 더 나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이야기했다. 많이, 깊이.
그리고 결국,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 것.
고객들도 좋아해 주었던 바로 그 ‘녹나무’에서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아내는 방향을 잡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책을 펼쳤다. 운동을 시작했고,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렇게 제주 1박 2일 종주를 계획했고, 마침내 해냈다.
몸과 마음을 다시 세우는 일은 생각보다 긴 여정이었다.
하지만 그 여정 끝에서 나는 새로운 나를 만나고 있었다.
20kg.
그게 내가 흘려보낸 체중이었고, 되찾은 자신감의 무게였다.
거울 속 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다진 마음과, 땀으로 쌓은 날들이 내 안에 작고 단단한 믿음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정부 지원사업에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나는 기꺼이 응원했고, 미약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서포트했다.
우리는 결국 합격했다.
그리고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브랜드 이름은 L'bove(르보브).
‘좋아서 하는 일’, Labour of Love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이름에는 바람이 담겨 있다.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들도, 우리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진심.
이것이, 우리가 제주로 이사 온 지 6년 동안 살아낸 이야기다.
작은 가게에서 시작된 삶이, 작은 확신을 만나 다시 피어나고 있다.
이 글이 지금 어딘가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의 고단함을 무사히 건너고 나면, 분명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또복상점’이라는 이름 아래 써 내려간 이 이야기는 여기서 잠시 멈춘다.
하지만 앞으로도 제주의 삶, 나의 변화, 우리의 이야기를 천천히 써 내려갈 것이다.
응원해 주시고,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신다면 참 고맙겠다.
지루할 수도 있는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구독도 많이 부탁드리고 다음에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너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