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바람?

6월의 어느날

by 나무를만지는



여름바람?

비가 내리고, 해가 뜬다.
그리고 불어오는 따스하지만
날카로운 바람

장마가 시작된 건지,
소나기 한 줄기 지나간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하루.
잔디가 서서히 말라가는 걸 보며
문득 묻는다. "여름인가?"

스프링 쿨러를 꺼내 놓는다.
차가운 물줄기가 둥글게 회전하며
한낮의 햇볕을 부수듯 뿌려진다.
나는 물 튀는 소리를 들으며
그늘 아래 가만히 선다.

아내가 말한다.
"이번 주에 또 비 온대."
이번 주엔 또 쓸 일이 없겠구나,
피식, 작은 웃음이 난다.
이쯤 되면 스프링 쿨러도 장식품이다.

여름인가? 6월인데…
봄은 이제 돌아오지 않을 듯
저만치 멀어져 버렸다.
바람도 달라졌다.
언뜻 따뜻하지만,
그 안에 뾰족한 것이 섞여 있다.
햇살은 길고, 그림자는 짧아진다.
시간이 빠르게 증발해
어디론가 흘러간다.

나는 여전히 조금은 느리고,
여전히 이것저것 생각이 많다.
하지만 그 생각들도
지금 불어오는 바람에
조금씩 깎여나간다.

쓸데없는 걱정들,
머릿속을 차지하던 낡은 문장들,
이젠 손에 쥐고 있어 봐야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여름인가?
그래, 여름이구나.
계절은 나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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