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이 될 수 없다면

바뀐 나

by 나무를만지는


한때 나는
예민했고, 날이 서 있었다.
가까이 오는 사람을 밀어내고,
나조차도 나를 다치게 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가진 모서리들이 너무 아프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깎기 시작했다.
말을 줄이고, 반 박자 늦게 숨을 쉬었다.
오해 대신 이해를, 회피 대신 기다림을
조금씩 연습했다.

삼각형 같던 내가
사각형이 되고, 팔각형이 되고,
지금은 어딘가 둥그스름한 모습이다.

나는 여전히 원은 아니다.
그건 나에게 없는 형태니까.
하지만 그쪽으로 기울어가는 지금의 나는
예전보다 훨씬 따뜻하다.

달라진 걸 안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일이 덜 불편하고,
내가 나를 다정하게 대하는 시간이 늘었다.

가끔은 그런 내가
참 대견하다.
깎이며 흘러온 이 길이
괜찮은 방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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