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넘기며

책 앞에서 나는 솔직해진다

by 나무를만지는


가끔 나도 나를 모르겠다.
책을 펼치면, 거기 내가 있다.
나보다 먼저 나를 알아보는 문장 하나.
“이봐, 너 요즘 좀…”
…왜 이렇게 정확한 건데?

책은 나를 바로 세운다.
잔소리는 안 한다.
대신 한 문장으로 기분 좋게 맞는다.
기분 나쁘지 않게, 기분이 확 바뀐다.

책을 읽다 보면
세상엔 별별 삶이 다 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 안에 나도 있다는 걸,
별스럽지 않게 받아들인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을 통해 또 다른 나를 만난다.
조금씩 넓어지는 중이다.
한 권, 한 사람, 한 마음씩.

결국 책은,
잘 정리된 타인의 삶에 기대어
내 삶을 슬쩍 정돈하는 일이다.
아주 사적인, 그러나 은근히 유쾌한 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