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그것에 대한 나의 생각

by 나무를만지는

기둥 같던 아버지가 떠난 날부터
나는 한동안 작은 동굴 속으로 숨어들었다.
빛도, 어둠도, 그 어떤 온기도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지 못했다.
그저 아팠다.
아파서,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업실 나무 위에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아주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터지듯 눈물이 흘러내렸다.
몇 시간이고 울었다.
눈이 퉁퉁 부어 앞이 흐릿해질 무렵,
다시 그 자리를 바라보니
나비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 생각한다.
아버지가
나를 위로하러 다녀가신 건 아닐까.
그 생각에 마음이 더 아려왔지만
또 이상하게 따뜻했다.

그래서 요즘은
마당을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면
문득 아버지가 떠오른다.
그럴 때면, 눈이라는 곳에서
물이라는 것이 조용히 흐른다.

하지만 예전처럼 검고 무거운 물이 아니다.
어디선가 비쳐든 빛처럼
에메랄드를 닮은, 맑고 따뜻한 물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나에게 나비란, 그런 존재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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