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먼저 닿는 쪽이 멀어지는 법

by 나무를만지는



한때는 매일을 나누던 사람이었다.
커피잔의 따뜻함을 건네며 말없이 웃을 수 있던 얼굴 그런 사람이 멀어진다.
마치 우리가 같은 시계 속에 있던 적이 없던 것처럼.

인간관계는 이상하다.
가깝다고 느낄 때조차, 서로 바라보는 위치는 다를 수 있다.
나는 ‘함께 걷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잠시 나란히 걷는 중’이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종종 같은 순간을 다른 각도로 기억한다.
내겐 특별했던 말이,
그에겐 일상적인 인사였고,
그가 건넨 웃음은 의무였을지도 모른다.

관점은 렌즈다.
서로 다른 색의 필터를 낀 채,
같은 장면을 바라본다.
나는 그때를 ‘우리의 계절’이라 부르고,
그는 그것을 ‘잠깐의 날씨’로 기억할 수 있다.

참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함께 웃었는데,
나는 그때를 추억하고,
그는 그저 지나간 장면이라 말한다.

관계가 흐려지는 건, 거리가 아니라 마음의 방향 때문이다.
멀어졌다는 것을 가장 먼저 느끼는 쪽이,
사실은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사람이다.
먼저 손을 내밀던 사람이,
결국 가장 먼저 손을 놓게 되는 아이러니.


그때 알았다.
우리는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다른 날씨를 겪고 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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