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호호, 허허

시각에 따라.....

by 나무를만지는



제주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번호판들이 있다.
‘허’, ‘호’, ‘하’… 익숙한 렌터카의 표식.
가끔은 도로에서 이 번호판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곤 한다.
이 길이 나를 위한 건지, 여행객을 위한 건지 혼란스러워질 때도 있다.

얼마 전, 열 살 된 큰아이와 함께 먼 길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차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말고, 아이가 갑자기 창밖을 보며 외쳤다.

“하, 하, 호, 호!”

“응? 뭐라고?”

아이의 눈은 반짝였고, 다시 또박또박 말했다.

“하, 하, 호, 호! 방금 지나간 차들 번호판이에요!”

순간 웃음이 났다.
렌터카 번호판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나와 달리,
아이는 그걸 보고 웃고 있었다.

하하, 호호.

렌터카가 가득한 풍경 속에서도 웃음을 찾아내는 아이의 눈.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짜증이 되기도 하고, 웃음이 되기도 하는 걸
나는 또 한 번 아이에게 배운다.

그래, 나도 오늘은 웃어보려고 한다.
하하, 호호.
창밖으로 스쳐가는 번호판들 속에서,
이제 나도 작은 여유 하나쯤은 꺼내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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