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가을 흉내
햇살은 반짝이고, 바람은 여름인 척 선선하다.
7월인데 벌써 가을 흉내라니—설마, 아직은 아니겠지?
조심스럽게 마당 끝 그늘에 자리를 잡고, 책장을 펼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눈꺼풀이 슬며시 항복하듯 내려앉는다.
시야는 붉게 물들고, 마음은 조용한 침묵 속으로 살짝 들어선다.
아무 말 없어도 알 수 있는, 그런 침묵.
그 안에서 바람 소리를 타고 생각이 한두 개쯤 실려 나간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찾고 싶지도 않다.
몸은 막내의 슬라임처럼 늘어지고, 마음도 따라 느슨해진다.
이게 바로 나른함이구나.
기분 좋은 방심.
여름 오후의 장난 같은 휴식.
괜찮다.
오늘은 이대로 좀 늘어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