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지만 부드러운

망치와 사포

by 나무를만지는


나무를 다루다 보면, 단단함이란 단순히 강한 것이 아니라는 걸 배운다.

결을 따라 손을 움직일 때, 나무는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느리게 마음을 열기도 한다.

처음에는 마른 결 같던 표면이, 손끝의 온도를 몇 번이고 지나면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그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단단함은 부드러움을 품을 때 비로소 아름다워진다고.


망치로 두드릴 때의 힘과, 사포질 할 때의 섬세함은 서로 다른 일이 아니다.

둘 다 나무의 숨을 깨우는 과정이다.

단단한 재료를 다루면서도, 부드럽게 밀고 닦고 기다리는 일.

그 균형이 바로 내가 나무에게 배우는 삶의 방식이다.


나무는 급하게 다루면 상처가 난다.

힘을 주면 부러지고, 억지로 깎으면 결이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늘 천천히 숨을 고른다.

손끝의 감각으로 나무의 마음을 읽고, 도구보다 마음으로 형태를 다듬는다.

그렇게 시간을 쌓다 보면, 거칠던 나뭇결이 어느새 내 손의 온도를 닮아간다.


어쩌면 사람도 그렇다.

단단해지겠다고 이를 악물면, 마음이 굳어버린다.

하지만 부드러움을 잃지 않은 단단함은,

오랜 시간 다듬어진 나무처럼 결이 곱다.

흔들림이 있더라도 꺾이지 않고,

세월의 손길을 받아도 그 자리를 지킨다.


나는 그런 단단함을 꿈꾼다.

거칠지 않은 강함, 따뜻한 중심, 오래된 나무처럼 잔잔히 단단한 사람.

누군가의 손끝에 닿아도 따뜻함이 전해지는 존재.

마치 오랜 시간 다듬어진 목재처럼,

세월을 견디며 빛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작업대 위의 나무들은 매일 다르다.

결도, 향도, 밀도도 모두 제각각이다.

그래서 나는 늘 새로이 배운다.

어제의 방법으로 오늘의 나무를 깎을 수 없다는 걸.

삶도 마찬가지다.

어제의 마음으로 오늘을 다루면 틀어지고 만다.

매일의 나를 다시 깎고, 다듬고, 기다려야 한다.


단단하지만 부드럽게.

그 말은 결국, 살아간다는 일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무게를 견디며도 온기를 잃지 않는 것.

깎이면서도 제 형태를 잃지 않는 것.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나무도, 사람도, 조금씩 빛을 품게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