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물 즈음이었다. 고향 친구들은 설날과 추석 두 명절일 하루나 이틀 전 양 다방 초원다방 뒤편에 딸린 골방이나 송호 호텔방에 거의 열외 한 명 없이 모였다. 한때 국기라고 까지 했고 세 명이 모이면 무조건 판을 벌이고야 만다는 고스톱의 실력을 꾸준히 갈고닦는 정기적인 행사를 가졌다.
이 모임이 처음 성사될 당시에는 사실 나는 고스톱이라는 이야기는 가끔 듣기는 하였
지만 아직 제대로 입문도 하지도 못했다. 스타팅 멤버에서는 당연히 제외되었고 뒷전에서 고리를 떼거나 어깨너머로 견학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전의 능력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자면 관련 전문 서적을 탐독하며 동시에 실전 경험을 늘려나가는 게 정도일 터였다. 하지만 당시 여건이 여의치 않아 우선 입문 선배들로부터 기초부터 실전 능력 배양에 우선 매진하기로 했다.
‘내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 문구를 감히 이런 곳에 인용하는 것이 적절치는 않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입문한 나는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도 모른다’라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했다. 엄청난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 고스톱 관련 잡문을 적을 수 있을 정도로 일가견을 가지게 되었다.
본 업계에 나하고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일찍이 입문한 친구도 있다. 이론과 실전 능력을 두루 갖춘 하우스 출신 이상의 뛰어난 선수도 있다. 강호에 묻혀 지내는 그야말로 막강한 고수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외한이나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게 게임의 용어와 기본 개념, 규칙부터 시작하여 일화, 전략, 각 지역마다 다른 특색을 살피기로 한다. 다만 나는 관련 전문서적을 참고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용어가 일본말로 되어 있어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표기상 오류가 있을 수 있다.
■ 기본 용어, 규칙 등
• 게임의 88 올림픽 지정 공식 명칭은 고스톱(go-stop)이다.
• 고는 게임을 향후로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이고 스톱은 당연히 그 시점, 상태에서 게임을 종결시키겠다는 의미임은 쉽게 알 수 있다.
• 최초 판에서 선을 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임시 선이 패를 배분 후 바닥 패를 하나씩 뒤집어 ‘주대 야대’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 게임 개시 후 기본 점수를 최초로 획득한 플레이어는 고 또는 스톱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의무를 가진다. 우리네 인생에 있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는 경우와 일맥상통한다. 인생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라고 보아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 두 명만 참여하는 이른바 ‘맞고’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3명이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된다. 최초 최대 참여 가능인원은 6 내지 7명도 가능하지만 6,7명의 경우는 칠 열인 산돼지를 잡은 사람은 무조건 게임에서 먼저 제외된다. 5명이 초과되는 경우는 별도의 다른 한 판을 벌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 화투는 4장이 한 짝을 이루게 되어 있는데 각각의 짝마다 아라비아의 일련번호가 붙어 있다. 1인 솔부터 12인 비까지 넘버링이 되어 있는 셈이다. 1에서 12까지 각각에 붙여진 고유번호를 12개월이 1년이라는 데에서 착안하여 1윌 , 12월로 불러 이른바 월약 규칙이 탄생했다.
• 최종 승부를 가리는 참가자는 3명인데 딜러 격인 선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순서에 입각하여 본인한테 배분된 7매의 패를 보고 최종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 선은 바닥에 6매를 깔고 최종 참가 후보자들에게 각각 7매씩의 화투장을 배분한다. 말로 예정된 참가자가 이른바 "퉁"이라고 외치지 않는 한 바닥 패와 참가 후보자에게 각각 배분하는
화투장은 한꺼번에 나누지 않고 2번으로 나누어서 한다. 바닥 패는 한 번에 반드시 3패를 깔지만 참가 후보자들에게 배분하는 패는 3, 4 아니면 4, 3 이렇게 한다. 그건 전적으로 선의 재량 영역이다. 말로 예정된 멤버가 ‘퉁’이라는 선택지를 쓸 경우엔 선은 바닥 패 6매를 한꺼번 깔아야 함은 물론이고 참가 예정자에게도 각각 7매씩을 한꺼번에 배분하도록 구속이 된다.
• 가끔씩 소집되는 1박 2일의 고향 친구의 모임에서 종종 같은 판의 멤버가 되는 한 여자 동기는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자신은 손가락이 남들보다 길지 않고 따라서 전체의 손바닥 사이즈도 작다는 이유였다. 말예 정자가 ‘퉁’이라고 외칠 때마다 난감하다고 호소했다. 한 손에 48매 화투장을 한꺼번에 들고 딜러 노릇 하기가 녹록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나는 좀 더 관중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퉁이라는 말예 정자의 특권을 남용하여 자신 있게 외치곤 했다.
• 멤버가 자신이 들고 있는 것과 짝이 맞는 패가 없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더 많은 점수를 회득할 목적으로 바닥에 던진 패와 같은 짝이 뒤가 맞는 경우를 ‘쪽’이라 한다. 고스톱 규칙이란 게 그 1조 1항이 참가자들 간에 합의가 최우선이라 한다. ‘정하기 나름이다’라는 이야기다. 이 쪽 제도를 인정하는 경우엔 다른 참가자들이 피를 한 장씩 공출해야 한다. 피가 없는 경우는 사전에 정한 규칙에 따라서 현물 대신 현금 공출을 해야 한다. 쪽 제도가 인정되는 경기에선 그동안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른바 초출 패를 바닥에 던져 쪽의 가능성을 높이어 반전을 꾀하는 영리한 멤버들도 있다. 어쨌거나 정해진 규칙의 범위 내에서 제도를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이 정답이다. 현물 공출 시에 쌍피만 보유하고 있는 멤버는 ‘장수 기준으로 하나를 공출해야 한다’ 는규칙에 따라 현물 거스름을 받지 못하는 두배의 수탈을 당하는 불이익을 받는다.
2장의 같은 패가 바닥에 있는 상태에서 참가자가 자신이 들고 있던 한 장으로 짝을 맞추었는데 또 같은 짝의 뒤가 이어질 경우를 ‘따닥’이라 한다. 이런 경우엔 현물과 현금 공출을 동시에 받는 겹경사를 누린다. 같은 패가 두장이 깔려 있는 경우 처음이 아닌 순번이 어는 정도 돈 이후까지 숙성시켰다가 전략적으로 높은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도 좋은 선수의 기법이다.
• 멤버가 자신이 쥐고 있는 세 장의 같은 패로 바닥에 깔린 나머지 같은 한 장의 패를 힘차게 내려쳐서 짝을 맞추는 경우를 ‘폭탄’이라 한다. 포탄을 발사한 병사가 최종 승자가 되는 경우엔 획득한 점수의 두배로 계산해주는 포상을 받는다. 공격적이고, 이른바 금지한 제도를 제외하곤 모든 규칙을 인정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이라 가정하면 포탄의 종류에 따라 포상의 정도가 달라진다.
똥이나 비 브랜드의 포탄인 경우에 4배, 월약이 있는 경기장에선 해당 패에 넘버링된 고유 숫자의 배수로 포상을 받는다. 예를 들어 비월 단계에 비 브랜드의 포탄을 발사하여 최종 승자가 된 경우는 12 ×4 배수의 어마어마 한 포상금을 받는다. 경기장마다 정해진 한도의 포상금을 받게 되면 일거에 백만장자의 반열에 오르는 가문의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
일단 세장의 같은 패를 가지게 되면 포탄의 성공적인 발사 여부에 관계없이 주특기가 한시적으로 포병으로 바뀌는 것이다. 같은 패를 세 장씩이나 쥔 경우엔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 대한 일정한 보상 취지이다.
• 모든 제도가 있다는 걸 가정한다. 폭탄보다는 화력과 파괴력이 좀 덜한 ‘ 수류탄’이라도 것도 있다. 간 패 두장이 바닥에 깔리고 멤버가 같은 패 2장을 가진 경우 두장을 한꺼번에 내리쳐 바닥의 같은 패 두장을 일거에 획득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폭탄처럼 현물, 현금 공출 등을 하게 된 점은 동일하다. 단 수류탄을 던진 병사가 최종 승자가 되더라도 포상금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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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자주 쓰곤 하던 ‘싹쓸이’라는 말이 있다. 이게 필드에서도 각광을 받는 용어가 된 지 오래되었다. ‘쓸이’ 또는 ‘쓸’로 줄여서 많이 사용한다. 바닥 패를 하나도 없는 상태로 만드는 동작을 말한다. 이 경우에도 다른 참가자들은 현물, 현찰 공출의 부담을 지는 건 물론이다. ‘쪽 겸 쓸’ 이니 ‘따닥 겸쓸’ 일 경우에는 행위자는 겹경사인 반면 두 상대방은 설상가상, 두 배의 부담을 진다.
• 같은 패 4장을 한꺼번에 쥐는 경우를 ‘대통령’이라 한다. 이런 경우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 사전에 미리 정한 일정한 보상금을 모든 멤버들로부터 받고 해당판을 종료하고 행위자가 선을 잡게 하거나, 사전에 자신의 패를 보여주고 폭탄을 하거나, 월약이 있는 경우 해당 패에 넘버링된 번호의 배수에 해당되는 보상을 받고 역시 선을 잡는 거로 종료하는 방식 등이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이 또한 정하기 나름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