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 동기모임, 동창회 이야기(6편)
친구 자녀 결혼식과 뒤풀이 모임
친구 세호는 종교 단체에 적을 둔 특수한 사정 때문에 주말에 오히려 더욱 집중하여 근무해야 했다. 이러다 보니 주중 동기 모임 이외엔 참석이 어려웠다. 대부분 경조사가 주말에 집중되다 보니 이 또한 참석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초ㆍ중교 전체 체육대회 행사 등은 대개 1박 2일 코스였다. 그러니 얼굴을 내밀 수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세호는 본인이 온갖 모임에 참석을 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재경 모임 총무의 이력도 있었고 이번엔 전국 동기회 총무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떠맡은 바 있었다. 생업의 특성상 자리를 뜨지 못하는 데서 오는 모자람이 있었다. 이를 다른 곳에서 만회하려 무던 애를 쓰는 모습은 주위에서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런 친구 세호가 이번엔 딸 혼례를 치르기로 했다. 수도권 인근 국제공항이 위치한 인천에 거주하고 예식장도 자택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세호는 본인이 다른 동기의 경조사에 제대로 참석하지 못하고 동기 모임에도 얼굴을 내보이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본인 자식의 혼례에 참석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초대하기에도 계면쩍어 보였다. 그리 많은 친구들이 참석하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였다.
우리 친구들 연식이 50초 중반을 넘어서자 친구들 자녀 혼례식이 잦게 일어났다. 대략 3개월 주기로 갖는 재경 동창 모임에 자녀 혼례식 이후 뒤풀이를 이어갔다. 이러니 친구들은 서로 얼굴을 맞대는 기회가 많이 늘어났다. 때론 정규 모임 일정과 중복 내지 맞닿는 경우가 생겼다. 이에 양자의 일정이 인접하는 경우엔 뒤풀이날을 정규 모임으로 갈음하기로 했다. 오늘도 그날에 해당했다.
이런 세호의 예상과는 달리 단일 자녀 결혼식 행사 기준으로 제일 많은 인원이 몰려드는 이변이 일어났다. 현직 재경 총무인 내가 여러 방도로 확인을 거듭해도 다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피로연 자리에서 친구들 앞에 친구의 부인도 모습을 보였다. ‘저의 남편이 직업상 애로 때문에 경조사를 비롯하여 각종 모임에 참석을 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라고 양해를 구하는 부탁부터 꺼냈다. 이런 저간의사정을 모든 친구가 다 이해하고 양해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주어진 처지에서 동기 모임 등에 나름 관심과 열정을 갖고 최대한 기여를 하는 덕을 평소에 쌓은 보답으로 보였다. 세상엔 공짜 점심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뜻밖에 기록적으로 많은 고향 친구들의 축하와 참석에 고무되었는지 세호는 결혼식 내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피로연 이후 즐거운 뒤풀이에 보태라고 적지 않은 답례의 뜻을 전해왔다.
재경 총무인 나는 이미 뒤풀이 장소의 물색은 물론 이른바 오늘의 로드맵을 마련해 놓은 지 오래였다. 이 고장의 새로운 명물로 등장한 인천대교를 건너며 차창 문을 활짝 열어 버리고 휘파람도 불어댔다. 인천대교는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다. 길고 긴 줄을 늘어뜨린 현수교였다. 자연스럽게 바람에 흔들렸다. 차로는 물론 차량도 덩달아 교량의 움직임에 몸을 내맡겼다.
영종도로 자리를 옮겨 오랜만에 자전거 단기 하이킹도 했다. 오늘의 메인 코스가 되는 레일바이크 왕복 여행길에 올랐다. 쾌적한 날씨에 미풍마저 더해지니 모처럼의 주말 나들이에 최적의 조건이 갖추어졌다. 양가 혼주의 택일은 기가 막힌 신의 한 수였다. 갓 혼례를 올린 신혼부부의 앞날에도 좋은 일만 생길 것으로 보였다. 2인 1조로 레일바이크 좌석에 올랐다. 왕복하는 코스이다 보니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기념 촬영한 후 현장에서 즉시 액자 제작 서비스까지 가능했다. 때론 서로 격하게 부딪치고 하다 보니 자주 웃음도 터졌다.
인공 조경은 아니었다. 많은 부분이 본래부터 자리 잡은 아름드리 고목들이 울울창창 들어섰다. 국내에서 손꼽는 이름 있는 수목원에 버금갔다. 인근 정각에 모여 예전 고급 브랜드 아이스크림 등을 간식으로 둘러앉아 이야기 기회를 가졌다. 친구 근우는 ‘우리 친구들은 이런 연식이 되어서도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자주 모여 하하 호호 웃고 지내다니, 참 드문 일이고 즐거울 따름'이라 일갈을 했다. 모든 친구들은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내 거주지 인근 허름한 막회 집 화덕 식탁에 대여섯의 친구가 다시 한번 둘러앉았다. 저녁 식사 겸 술자리였다. 대전을 목적지로 이미 예약을 마친 근우의 고속버스 출발시각에 맞추어 최후의 1분까지 알뜰하게 여유를 즐겼다. 안주로 오른 생우럭탕의 맛은 오늘따라 더욱 일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