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설립자와 기나긴 악연(5편)

by 그루터기

고등학교 입학시험 결전일을 한 달 정도 앞두었다. 설립자는 또 한 가지 제안을 이어갔다. 소나무가 많은 부락의 창용 친구네를 아지트로 정하고선 하교 후 이곳에 모여 같이 마지막 시험 준비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른바 방과 후 그룹 합숙 프로그램이었다. 다른 건과 마찬가지로 나로선 이 설립자의 제안에 따를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하루 한 시간, 아니 한 순간이라도 이 설립자와 얼굴을 맞대는 것은 전혀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동참한다는 것은 나로선 대단한 고역이 될 것이 뻔했다. 예측컨대 본 프로그램에서도 설립자는 분명 격려나 감독을 한다는 등의 그럴둣한 이유를 내세워 현장에 상주하거나 수시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 뻔했다. 그러면 나의 경우엔 학력 증진은커녕 그나마 쌓아놓은 자그마한 학습 성과마저 까먹을게 불을 보듯 뻔했다.


이윽고 입시일을 며칠 앞두고선 이 프로그램을 종료한다는 저간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순간 또 한 번의 기겁할만한 뜻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나는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그 프로그램의 효과나 혜택을 받을 당사자가 절대 아니었다. 내가 아무 일 없이 시험을 치르게 그저 두면 문제가 없을듯했다. 설립자는 아버지를 일부러 찾아 나섰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른 동기들은 자신이 원하는 특정 고교의 입시에 너끈히 합격할 수준까지 성적이 올랐다. 이에 반해 춘수는 이에 훨씬 모자란다”

는 악담 중의 악담을 꺼냈다. 도대체 스승은커녕 적어도 교직자로선 입밖에 낼 말은 절대 아니었다.


초교와 중학 시절을 통틀어 관내 인근 도회지인 대전시로의 전학이라는 중간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이 아버지는 자그마한 한이 되었다. 아버지는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보상책을 나에게 제시했다. 만약 애시당초 목표한 학교의 입시에 실패할 경우엔 대전시에 소재한 고교입시 전문학원에서 1년 동안 한번 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결국 목표로 한 고교입시 합격에 실패한 나는 한 해 더 공부를 이어가는 이른바 재수 생활에 돌입했다. 하지만 두 번째마저도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스스로 많이 낙담했고 부모님은 물론 다른 형제들에게도 낯을 제대로 들 수 없었다.


나의 초교 6년부터 대학 3년 무렵까지 짧지 않은 기간 누나 둘이 릴레이로 관내 메인스트리트의 한 편에서 담배 신발을 취급하는 가게를 꾸려가고 있었다. 형을 비롯한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나는 고교 대학생 시절 등 오랜 기간 설립자나 중학교 선생님들의 나에 대한 안부나 격려 등을 누나를 통해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중학교 다른 선생님들과 달리 이 설립자의 나에 대한 평가가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 악연의 역사도 길어졌다. 내가 결코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춘수란 녀석은 그놈의 고집 때문에 결국은 망하고 말 것이다 “

라는 극단적인 망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설립자 선생님, 당신의 도움을 절대로 구할 일이 없습니다. 내가 흥하거나 망하는 것은 나 자신의 영역이고 몫입니다. 제발 내 인생에 코멘트나 나아가 간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예 처음부터 모르는 사이처럼 대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망하더라도 내가 망하고 감당할 일이며 설립자에게 전혀 해를 끼칠 일이 없으니 제발 평가나 관여를 말았으면 하는 것이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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