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인과 호구는 어떻게 다를까?(1편)

by 그루터기


“아니야, 나는 기태를 70%밖에 못 믿어! 원래 기태가 좀 게으르짆아?”

비단강 상류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가 내려다 보이는 전원주택에 이번 주말에도 친구 진호는 짐을 풀었다.

어제 오후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우리 친구 다섯 명이 이곳에 모였다. 유난히 막걸리를 좋아하는 친구 진호였다. 오늘도 메인 메뉴는 막걸리와 삽결살이었다.

막걸리를 마시는 방식도 크게 둘로 나뉘었다. 이른바 ‘흔들자 파’와 ‘흔들지 말자파’였다. 진호는 전자에 속했다. 막걸리병을 흔들지 않고 통의 윗부분을 차지하는 맑은 부분만을 마시는 방식을 고집했다. 아예 자신이 처음부터 나중까지 책임지는 병을 따로 챙기거나 아니면 흔들기 전에 주정이 고르게 섞이지 않은 부분을 두 세잔 우선 책임을 진 후 나머지를 다른 친구에게 넘겨주기도 했다. 주정이 가라앉은 아래 부분은 사양했다.

종래 참나무 모닥불을 피운 후 구워낸 숯불 위에 석쇠를 걸치고 삼겹살을 올리던 방식을 이번에는 바꾸었다. 참숯을 만들어내는 공정도 만만치 않았고 이제 그간 수북이 쌓아 두었던 참나무 장작더미가 곧 바닥을 드러낼 듯했다. 그래서 이젠 전기그릴을 연결하여 이 불판 위에 기다랗게 손질이 잘된 삼겹살을 부지런히 올렸다.


친구 진호의 전원주택에선 벌써부터 예정된 추가 공사가 있었다. 화장실 샤워시설 주방 등을 추가로 마련하고자 했다. 그래서 전원주택의 뒤쪽 산등성이를 일부 헐어내어 공간을 여유 있게 늘리고자 했다. 컨테이너 박스의 오른편 헛간에 널린 목재, 농기구, 그물, 어망 등 고기잡이 장비와 오디오 시스템을 미리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내일 오전 8시 정각부터 포클레인 작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렇게 다섯 명이나 되는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짐의 절반 정도는 5명이 함께 옮겼다. 여럿이서 일거리에 달라붙으니 ‘순식간에 후딱’이었다. 혹시 밤새 비 소식이 걱정되어 주인장 진호는 나머지 작업분은 내일로 넘기기로 했다.

오늘 오전엔 제법 흥미 있는 일이 일어났다. 우리 일행 3명은 오후 4시 전후로 이곳에 도착했다. 말 그대로 자로 잰듯한 정시 도착이었다. 추가 공사에 필요한 PVC 배관 등이 이 전원주택 입구에 이제 막 도착한 것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 둘이서 이것을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친구들이 어찌 알고 이렇게 귀신같이 딱 맞추어 왔네?”라며 주인장은 아주 반색을 했다. 이 자재를 운반하는 일은 대단한 힘이나 시간이 필요한 중노동은 분명 아니었다. 현역 시절 그랬듯이 나는 늘 ‘일복’을 타고난 듯했다. 오늘 목표한 작업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이튿날 진호와 내가 약속한 오전 10시 정각에 맞추어 나는 다시 이곳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친구 진호의 추가 공사는 세 가지 꼭지의 공정으로 되어 있었고 이에는 이미 순번도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예정과 달리 갑자기 1번과 2번 공정순서를 뒤 바꾸었다.

포클레인은 이미 오전 8시부터 작업을 개시했다. 처음 정해진 1번과 2번 공정이 마무리되면 나와 주인장, 또 다른 한 친구인 운호 이렇게 셋이서 어제 못다 한 세간살이 이동 작업을 마무리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2 ,3번 공정부터 착수를 했으니 이제 우리 3명의 미션은 오후 2시 이후나 되어서야 손을 댈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나는 작년 8월 말에 고향으로 혼자 귀촌을 했다. 나는 결코 무위도식하러 이곳으로 무작정 내려온 것은 아니었다. 자격시험 준비와 글을 쓰는 것이 나의 가장 중요한 일과였다.

주인장이 이번 주 말에 이곳에 내려와 추가 공사를 한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이곳에 모이는 약속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금요일까지 ‘인터넷 강의 진도’를 기를 쓰고 뽑아 놓은 것이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무려 4시간이란 공백이 무척이나 아까왔다. 그렇다고 잠시 이곳을 떠나 내 보금자리로 복귀를 했다 다시 이곳에 들어선다는 것도 모양이 별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쭈욱 이 현장에 머물기로 작정을 했다. 이런 사태가 예견되었으면 어제 5명의 일꾼들을 활용하여 나머지 세간살이를 모두 목적지로 옮겨 놓았으면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었을 터였다.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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