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혼밥 vs 집 밖 혼밥(1편)

귀촌생활 적응 일기

by 그루터기


“오늘 준비한 식자재가 모두 떨어졌어요.”

“제가 허리가 아파서 지금은 안 되겠는데요.”

“예, 지금은 식사 준비가 어려워요. 몇 분이세요? 반찬이 부족합니다.”

“지금은 브레이크 타임입니다.”

내가 최근 집 밖에서 혼밥을 하기 위해 찾은 식당에서 문전 박대당한 사연도 가지가지였다.

약 두해 전 장마철이었다. 우리 고향 동네에선 엄청나게 큰 물난리가 났다. 다목적댐이라는 이름을 단 금강 상류에 떡 버티고 있는 용담댐의 방수량 조절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비단강 물줄기 한가운데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용바위와 소나무 동네 절친 보금자리 인근의 여의정마저 시뻘건 흙탕물에 잠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많은 주민들의 가옥이 침수되었다. 담벼락은 물론 거실과 안방까지 흙탕물이 점령했다. 가재도구 등 세간살이가 모두 망가졌다.

지금도 면사무소를 비롯한 주요 지방 도로변의 눈에 띄는 곳마다 당시 용담댐 방수량 조절 실패에 대한 정부 당국의 책임과 보상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여러 곳에 널려 있다. 장마철에 집중된 어마어마한 강수량으로 ‘덜 기기’ 인근 강변도로 우측 산자락(중턱)이 무너지는 산사태마저 일어났다. 그래서 한동안 차량 통행이 차단되기도 했다.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는 산사태 등을 원천적으로 틀어막기위한 산 중턱을 뚫는 터널 공사가 벌써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어제부터 원당리, 송호리에서 진입하여 ‘덜기기’를 경유하여 마포로 이어지는 차로가 전면 차단되었다.

우리 면 소재지와 읍내를 오가는 주행로는 두 가지가 있다. 이 쪽 도로를 이용하는 것과 이웃 학산면을 우회하는 코스가 그것이었다. 우회 도로를 이용하면 이 지름길을 경유하는 코스보다 2킬로미터 그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이 터널 공사는 올해 말까지 예정되어 있다. 이에 따른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약 2킬로미터란 적지 않은 거리를 더 주행해야 하는 불편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지름길로 주행을 하면 왼편은 비단강 물줄기 오른쪽은 주상절리에 못지않은 멋진 바위산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당분간 느낄 수 없는 것이 무엇보다 아쉬웠다.


나는 현역 시절에도 집밥을 내 보금자리에서 먹어 본 적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나는 새벽형 인간이라 사무실의 출입문을 넘는 시각이 누구보다 일렀다. 아침 식사도 집 밖의 식당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주로 가정식 백반집이나 24시간 영업을 이어가는 해장국집이 내 단골이었다. 점심은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었다. 동료 직원과 식사교대를 하다 보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혼밥 신세를 면할 수 있었다. 저녁 역시 영업이나 기타 크고 작은 외부 모임 때문에 식당이나 주점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 경우도 혼밥을 피해 갈 수 있었다.

그러던 나는 작년 여름에 이곳 고향으로 혼자 귀촌을 했다. 여러 가지 부문에서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그중 식사 방식이 제일 많이 바뀌었다. 하루 삼시 세끼 식사를 해결하는데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다. 고향 친구나 가끔 나를 찾는 고교동기, 지인, 형제자매들 덕분에 혼밥을 면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 말고는 일용할 양식을 꼼짝없이 혼자서 해결을 해야 했다. 집 안이냐 집 밖이냐가 다를 뿐 혼밥 신세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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