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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Oct 31. 2022

곤경에 빠진 현지 출신 관광 해설사(1편)

                    

다음 주 토요일 6시에 12명 예약을 하려고 하는데요?”

“610분까지 도착하시면 8시까지는 계실 수 있습니다. 도착하시기 30분 정도 전 연락 한 번 더 주세요. 음식재료를 미리 준비해야 해서입니다.”     

고교 동기 계절별 트래킹 모임을 이번엔 우리 고향에서 갖기로 했다. 6킬로미터의 비단강 둘레길을 걸은 후 뒤풀이 할 장소를 물색하던 중이었다. 어죽과 도리뱅뱅이를 간판 메뉴로 내건 음식점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을 직접 방문하여 시장 조사를 마쳤다. 시골 인구의 지속적인 급격한 감소로 대부분 음식점은 오후 630분 전후이면 영업을 마감하는 것이 대세였다.   

   

우리가 예정한 트래킹 일정상 저녁 식사는 오후 6시가 되어서야 가능할 듯했다. 그래서 이제 오늘 마지막으로 찾은 이곳으로 최종 낙점을 하기로 했다. 친구들이 고대하던 모임 일이 드디어 밝았다. 23일간의 수도권 나들이를 마치고 내 보금자리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나는 예약을 다시 한번 더 확인하고자 했다.  

    

저희들은 예약이란 것이 따로 없습니다만... 그렇다면 출발하시기 30분 전까지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지난번 여자 사장님께 미리 예약을 한 적이 있는데요...”
 

참으로 난감했다. ‘오만불손 기고만장이란 말 그대로였다. 이곳은 내 고향에 자리한 음식점이었지만 나 보다 오히려 외지인이 이곳의 형편을 더 알고 있었고 더 자주 찾는 곳이기도 했다. 전국에서 맛집으로 이미 소문이 난 곳이었다. 그럼에도 고향 선배인 나에게 이런 푸대접을 하다니 이는 문전박대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하는 사람을 상대하는 영업을 무려 30여 년 이상 치열하게 이어간 적이 있는 베테랑 영업맨이라 자부하던 터였다. 아무리 전국 곳곳에서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 줄 서는 곳이라 하지만 고객에게 이렇게 성의 없고 매너가 부족하게 응대하는 영업맨을 나는 처음 마주친 것이었다. 나는 이 주인장에게 나와 이곳의 인연을 털어놓을까를 고민했다. 목구멍까지 올라오던 말을 순간 주워 담았다.      

내가 주인장 당신의 @@@와 절친이었어. 이렇게 대해서는 아니 되지...? “


이런 말을 입 밖에 내는 순간 나는 ”꼰대 짓’을 한다고 오히려 한 번 더 망신을 당할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섰다. 아니면 한걸 음 더 나아가 "희 집을 찾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는 청천벽력 같은 출입금지 최종 선고를 받을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되었다. 그래서 뒤풀이 장소를 다른 곳으로 바꾸어버릴까도 생각했으나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우리 일행은 예정보다 1시간이나 앞선 이른 시각에 비단강 레길 트레킹을 마쳤다. 오후 5막 넘어서고 있었다.


“오늘 몇 시간 전에 들렀던 사람입니다. 약 20분 후에 열 한명이 도착할 겁니다. 출발 전에 미리 연락을 달라고 그래서요...”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하게 오시면 됩니다.”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잠시 전까지만 해도 문전박대에 가까운 대접을 는데 이렇게 우호적인 태도로 돌변하다니, 정말 뜻밖의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사실 나는 4시간여 전 이곳을 들러 내 보금자리로 복귀하던 중 모종의 액션에 들어갔다. 고향 절친 동생이 꾸려가는 이 음식점 바로 옆에 자리한 또 다른 어죽 집 주인장에게 부탁을 했다. 내가 예약을 마친 곳의 주인장, 안주인과 나 사이에 오갔던 스토리를 전하면서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대접을 해달라고 일종의 압박을 넣었다. 그래서 나의 이 조치가 드디어 막강한 효험을 발휘했노라고 나는 짐짓 추정을 하여 내심 안도했고 성취감마저 느꼈다.  

    

아니, 저번에 제가 출발하시기 전에 한 번 더 연락을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이렇게 갑자기...”     

방금 전 제가 통화한 내역을 직접 보여드릴까요?”     

“아닙니다. 그건 됐습니다. 저희 직원이 전화를 받았나 봅니다. 2층은 이미 만석이라 자리가 없습니다. 열 한분이면 자리를 두 군데로 떨어져 따로 잡으셔야 합니다.”   

  

우리의 내점을 별로 반기지 않는 눈치가 역력했다. 점입가경이었다. 이 음식점 2층 영업장엔 손님을 아예 한 명도 받지 않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였다. 우리가 나중에 이곳을 떠날 때까지 2층으로 연결된 내부 계단으로 오르내리던 단 한 명의 종업원은 물론 손님도 구경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2층은 1층에 비해 손님 서빙을 하기엔 일 손이 훨씬 많이  것은 뻔했다. 아예 2층엔 손님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 분명했다.

     

우리 일행은 4인용 테이블 두 개를 모두 채우고 나머지 3명은 건너편 좌석을 차지하기로 했다. 이래서 기역자 뒤풀이 장소가 마련되었다. 3명이 자리한 테이블 바로 옆 좌석엔 가족 단위 외식을 나온 손님으로 보였다. 우리 친구 3명 중 한 명이 나서서 그 가족 옆자리에 앉아도 되겠느냐고 완곡하게 양해까지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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