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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Aug 07. 2023

액땜 기회에 만난 좋은 사람들(2편 완)

8 

, 차량번호는 아반떼 XD 13 @@@@입니다.”

, 이제 저는 퇴근하겠습니다. 이곳에서 서비스 잘 받으세요.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A는 이곳에서 내게 정비받으라고 안내를 마친 후에도 바로 귀가 길에 오르지 않고 있었다. 내 애마는 배터리나 발전기가 아니라 센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최종 판명이 났다. 부품가게로 센서를 가져다 달라는 주문을 자신이 직접 최종 마무리 했다. 그런 다음 자신의 승용차에 올랐다.     

 

센서 주문에 필요한 내 차량 번호를 부품 가게에 알려주는 깔끔한 마무리를 한 A의 몸에 밴 친절한 응대에 나는 만족을 넘어 감동이란 말까지 떠 올랐다.      


사장님, 저와 안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 후배 또는 입사 동기와 무척이나 닮았어요.”

그래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 쌍용자동차 쪽에 많이 다니시지 않았어요?”     

나와 B는 고향 학교 선후배나 아니면 단골 거래처의 고객 관계인 것처럼 금세 친해졌다. B의 뚜렷한 눈 쌍꺼풀에 마냥 심성이 착해 보이는 인상이 매우 우호적으로 다가왔다.      

엔진 외부 세척 좀 해주시고 공기압 체크와 워셔액 보충도 부탁드립니다.”

본래 차체를 띄워야 하는데 사정상 그것이 어렵습니다.”  

   

사장은 중소형 자키 두세 대를 동원했다. 종이 박스를 해체하고 펼쳐 차체 아래 정비소 콘크리트 바닥에 깔았다. 머리에 두른 라이트의 도움을 받아가며 차체 아래에 드러누워 몸을 들이밀어 가며 본격적인 정비에 나선 끝에 30여 분만에 정비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운전석 뒤쪽 바퀴 공기압 체크가 필요합니다. 앞바퀴 쪽 브레이크 라이닝도 교체할 때가 되었네요. 다른 곳 보다 저렴하게 해 드릴 테니 다음에 또 오

세요.”     


B는 문제의 센서 교체 정비에만 그치지 않았다. 일단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추가 정비가 필요한 부분에 관한 안내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른바 토털 서비스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에이, 무슨 타이어 공기압 체크와  보충한 것까지 돈을 받으시나요?”     

아닙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나머지 3개도 서비스 항목인데 이곳에 적어 넣는 것입니다.”   

  

B자동차 점검 정비 명세서의 작업내용 여백에 부동액, 워셔액, 공기압 보충, 엔진룸 세척이란 항목을 차례로 적어 넣었다.  

    

내 애마가 갑자기 퍼지는 대형 참사가 터진 즉시 나는 오늘 저녁식사 참석을 아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오늘 중 수리가 가능할지, 정비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전혀 짐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평소 여러 가지 편견이나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중 바가지요금을 뒤집어쓸 염려와 두려움을 들 수 있다. 다름 아닌 치과병원 진료비와 자동차 정비 비용이 대표적인 분야이다. 직도 이 쪽 분야에 관한 기초 상식이라곤 전혀 없으니 나와 연고가 있는 곳이 아니면 혹시 적정 비용보다 훨씬 많이 지불할 것만 같은 막연한 불안감, 의구심을 완전히 떨구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자동차 정비 건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자동차 점검, 정비 명세서를 건네받은 나로선 최소한 오늘만큼은 이런 내 우려가 기우에 그쳤음이 금세 드러났. 다만 특이하게 부품의 단가보다 공임이 오히려 많이 책정되었음에 눈길이 갔으나 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B의 살가운 응대를 받았고 성의 있고 신뢰가 가는 정비작업 과정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내가 부담한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더 나아가 청구받은 공임의 두 배라도 나는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생겨났다. 말 그대로 착한 정비비용을 청구받은 것이었다.    

 

이번 갑작스러운 액땜 기회에 나는 4명이나 되는 좋은 사람을 한꺼번에 만나는 보기 드문 행운을 누렸다. 그래서 절친에 베푼 만찬 초대에도 늦게나마 참석할 수 있었다. 물론 다음날 출근길에도 정상적으로 오를 수 있었다.      


고향 절친 우사장은 내게 자동차 관련 이벤트가 벌어질 때마다 가장 먼저 자문을 구하고 도움을 받는 항상 든든한 단골 멘토가 된 지 이미 오래였다. 이 우사장과 연결이 되기만 하면 일단 벌어진 이벤트에 어떻게 적절하게 대처해야 하는지 큰 그림이 그려졌고 흐름이 잡혔다.  

   

급하다고 하셔서 이곳까지 저도 날아왔습니다. 교통 정체가 워낙 심해서 아주 진땀을 뺐습니다.”     

이렇게 내게 이른 견인차 사장은 정비소와 부품 가게의 운용패턴에 관한 현주소를 제대로 알려주어 당일 무사히 정비를 마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AB에 대한 완벽한 인수인계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A는 내가 처음 용건을 건넨 후부터 정비소에 도착할 때까지 전 과정을 통 틀어 모바일로 용건을 전해도 충분할 듯했다. 그럼에도 이를 넘어 나와 자신 A, B 이렇게 3자가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완벽한 신뢰를 구축하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B의 발 빠른 자동차 부품 확보와 치밀하고 꼼꼼한 점검과 정비에 나는 고객 만족을 넘어 감동에까지 이르렀다. 내 차량의 상태가 실시간으로 디스플레이되는 노트북 화면을 내게 보여주며 자상하게 설명을 이어간 B였다. 이에 영세한 개인사업자 정비소라는 선입견에서 나오는 일말의 불안감, 의구심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이 좋은 사람들이 이어간 진정성 있는 도움 랠리 덕분에 이번 사태를 선방으로 마무리했다. 만약 오늘 같은 이벤트가 야간에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터졌으면 어떠했을까를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사건 현장에서 내가 수신호로 차량들의 서행과 차선 변경을 유도하는 와중이었다. 내 애마 뒤쪽 차로 위에 세워 두었던 삼각 안전대를 무심코 타이어로 뭉개버리고 주행을 계속 이어가던 차량도 있었다.

     

이제 약속된 저녁 식사 자리를 즐겁게 파하고 무사히 보금자리로 복귀했다. 나는 휴대폰에 장착된 앱의 힘을 빌어 안전 삼각대에 더하여 다기능 경광봉의 택배 주문을 마쳤다. 오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액땜을 해야 할 사태에 사전에 대비하고자 했다. 

    

이어 이른바 ‘하인리히법칙’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는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유사한 작은 사고와 사전 징후가 선행한다는 경험법칙을 이른다. 대형 사고 발생까지 여러 단계의 사건이 도미노처럼 순차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앞선 단계에서 적절히 대처하면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나도 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평소 내 애마에 대한 점검과 정비 횟수를 늘려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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