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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Nov 24. 2023

조직원 계급장은 언제까지 통할까(1편)

                  

,   자리에 앉을 거야?”

내가 대학 2학년 1학기 시절이었다. 강의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나와 일면식도 없는 학생이 내게 무례하게 한마디 건넸다. 나는 적지 않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준수야, 우리 5 선배 복학생이야. 그렇게 얼굴을 찡그리면 어떡해?”

아니, 얼굴도 생판 모르는 사이인데 언제 보았다고 반말 지껄이지...’

2학년 1학기 개강이 시작되자 복학생 선배라는 그룹이 강의실에 새로이 합류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선배라지만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야 되는  아니야?’

당시 나의 확고한 생각이었다. 나중에서야 나는 이번 건으로 복학생 선배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입학 동기들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1년 내지 2 늦게서야 캠퍼스에 들어선 친구들이 드물지 않았다. 아무리 학번이 무려 5년이나 위인 선배이지만 처음 보는 후배에게 기본 예의는 차리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용건을 입밖에 내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엔 아직도 변함이 없다.  

    

모름지기 각 조직마다 서열이나 위계질서를 따지는 나름의 독특한 기준은 따로 있었다. 대학에선 입학 연도가 언제인가를 이르는 ‘학번’이 가장 우선되는 잣대였다.'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란 말이떠올랐다.  아무리 개인 사정으로 1 ~ 2년 늦게 캠퍼스에 발을 들여놓은 학생이라도 이는 자신의 귀책사유로 보았으며 이를 고려해 대접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단지 유일하게 인정하는 예외가 있었다.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늦으 감치 입학한 학생은 학번이 뒤로 밀리더라도 연령등을 참작하여 그에 합당한 예우를 받는 것이 대세였다.   

   

나도 다른 동기 대비  늦게 입학을 하는 바람에 학번 기준으로 따지는 바로  선배를 어떻게 예우해야 할까 하는 작지 않은 고민에  시달렸다. ‘그런 것이 꼬우면 일찍 들어오면  것이지?’ 이런  주장엔 그럴듯한 항변을   없는 노릇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군대문제를 해결하고 입학하는 것이 좋았을  같다는 생각에도 미쳤다. 그래서 교교 졸업  공백이 전혀 없이 입학한 동기들이 복학생 선배들은 너무나 깍듯이 받들어 모시는 것을 보게 되면 마음은 결코 편치 않았다.  때문에 나와 같은 학번 입학동기 친구들 간 어색한 상황이 가끔 연출되기도 했다.  학번만을 유일한 잣대로 처신을 하는 동기라도 이런 그룹 내에선 온도 차이가 적지 않았다.      


우리 동기들  연식이가 제일 눈애 뜨이고 걸리는 것은 사실이지

그럼에도 나는 연식이와 크게 다투지 않고 비교적  지내잖아?”

그거야 준수 너는 연식이와 동향이라 그런  아니야?” 

    

오늘은 1학기 중간고사를 마무리하고 내 단골집인 골뱅이무침이 간판 메뉴인 생맥주집 테이블에 너뎃 명이 둘러앉았다. 그간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터질 것이 드디어 터진 것이었다. 물밑에서 오가던 논란이 이제 토론의 테이블에 오른 것이었다.   

   

연식이는 다른 동기들 대비 오직 학번이란 가장  매직에 매달려 처신하는 것이 남들 눈에 유난히 뜨일 정도였다. 자신은 현역동기들과 복학생 선배들 사이에서 가교 내지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해내다 보니 그리 보였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러니 연식이 입장에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정도가 지나친 것이 문제라며 세준이는 이에 반론을 이어갔다. 어쨌거나 이에 관한 서로의 의견과 입장을 그간 입밖에 내지 못하고 속앓이를 계속하는 것보다는  일보 하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연식이      받으세요 , 진호야 너도 

  먹어

연식아 저번 리포트는  썼어?, 재하야. 무어 재미있는  없어?”

진호 , 형법 케이스 문제집  빌려   있어요?  재하야.  술잔  받아.” 

    

오늘은 3개의 학번 선후배가 한 곳에 모였다. 술자리를 벌였다. 각각1년 터울 학번의 세 그룹이 우리 후배 민우와 동기 연식이가 룸메로 있는 2인 1실의 하숙집에 모인 것이었다. 나는 한 발치 물러나서 오가는 대화를 그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학번을 기준으로 줄을 세워 보면 진호 선배,-> 연식, 준수 ->재하, 민우 후배 이렇게 정리가 되었다.

 

여기서 제일 학번이 위인 진호 선배는 재하 후배보다 2년이나 일찍이 입학했으나   사람은 고교동기란 특이한 인연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멤버들에게 후배  재하와 동기 연식이는 학번을 기준으로 경어와 통상어를 사용하다 보니 아주 진풍경이 벌어졌다. 도대체 서열이나 질서가 어떻게 되는지 한방에 깔끔하게 가려내기란 아주 어렵고 난처한 테마가 되었다.   

   

더구나 연식이는 진호 선배와 예전엔 하숙집에서 같은 방을 쓰던 룸메 사이였으니 서로 날줄과 씨줄로 얽히고설켰다. 다만 연식이와 재하 후배 사이엔 뚜렷한 공통점 하나가 있었다. 상대에 대한 호칭과 예우 처신의 기준을 오로지 논리 일관되게 학번에 두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러다 보니 고난도의 방정식이 되었고 서로의 호칭 때문에 현기증까지 일었다.이  현장을 제대로그려내거나 중계방송하기란 지난한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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