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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Mar 31. 2024

조사하면 다 나오는 세상(2편 완)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벌써 2주일여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 쓰레기 배출과 관련하여 최근에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내가 평소 쓰레기를 쌓아놓는 지정된 장소에 언제부터인지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내가 내놓은 쓰레기 더미가 아닌 종이 박스류등을 비롯하여 노끈으로 묶지 않은 골판지, 기타 종이류, 쇼핑백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내가 저렇게 허술하게 종이류 등 쓰레기를 배출한 기억은 없었다. 작은 부피 종이류는 40리터나 70리터 들이 투명한 비닐봉지에 차곡차곡 담아 묶어 냈고 골판지 박스등도 노끈등으로 깔끔하게 정리 정돈하여 쌓아 놓았음은 물론이었다.  

   

이 쓰레기 더미를 배출한 장본인이 누구인지 매우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심증이 가는 곳은 분명히 있었다. 우리 앞집인 철물점에서 내다 버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다. 그렇다고 이 쓰레기 배출자의 당사자인지를 확인하러 나서기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이 철물점 주인은 주위토지통행권으로 우리와 법정다툼까지 갔던 사이이다 보니 괜히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염려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철물점 주인장에게 물을 필요 없이 내가 이 쓰레기를 깔끔히 정리하여 다시 배출을 할까도 생각해 보있다. 이렇게 할 경우 만약 배출의 당사사가 철물점 주인장이라면 내가 어쩌면 호구 짓를 하는 처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반대로 철물점 주인이 아닌 다른 제삼자가 쓰레기 배출을 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엔 철물점 주인장과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은 뻔했다.

     

제가 내놓은 것이 아닙니다. 저희들은 이쪽 저희 가게 바로 앞의 도로변에 배출합니다. 저는 오히려 아저씨께서 그랬는지 알았는데요. 미처 쓰레기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다시 상경했는지 알았어요. 그런데 최근에 보니 거실과 방의 불이 켜져 있어서 그것도 아닌 것 같았고...”
내가 쓰레기 배출요령을 평소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철물점 주인장과 소통을 하다 보니 서로 오해가 자연스럽게 풀렸다.      


저쪽에 CCTV가 설치되어 있으니 경찰을 불러 확인해보시지요?”

이 정도 가지고 그렇게 할 것 까지야....”

일단 내가 깔끔하게 정리하고 보기로 했다. 이래서 나는 이번 기회에 조그마한 자원봉사활동에 나선 샘이 되었다. 이렇게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쓰레기를 수습하던 중이었다. 택배용 박스로 보이는 한쪽면에 적힌 도로명 주소가 내 눈에 들어왔다. 이 쓰레기 무단 방치의 장본인이 드디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 기회에 방금 전 나는 정육점 사장으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집 길 건너 맞은편의 2층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얼마 전 이 건물 1층의 한편에 건설 관련 일을 하는 업체가 세입자로 들어왔던 것이었다. 내가 손에 넣은 도로명 주소지는 이 2층건물 그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나는 이곳을 찾아 이런 일의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다. 내가 제대로 내놓은 쓰레기 더미 위에 자신들 쓰레기를 수북이 쌓아 놓았던 것이었다. 쓰레기 분리수거 요령을 지키지 않고 이렇게 쌓아놓기만 하면 우리 집 쓰레기와 싸잡아 아무런 문제 없이 담당자가 수거해 갈 것으로 짐작을 했던 모양이었다.  수거 담당 공무원이 분리수거 요령을 자키지 않은 이 쓰레기 더미를 수거해 갈 일은 만무했다.     


이번 일에 관해 철물점 진사장과 오해가 풀린 것은 내가 얻은 작은 덤이었다. 세상엔 비밀이 없다고 하는데, CCTV, 목격자, 택배의 일상화 등으로 조사하면 다 나오는 세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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