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이 함량 미달인 의사 3 총사
의사의 인성
“그럼 결혼한 젊은 여자가 임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해요?”
평소 비염에 시달리는 나는 오늘도 회사 사무실 빌딩 맞은편 상가 2층의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의사가 바로 내 앞 순번의 환자에게 호통을 치는 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호통개그’가 주특기인 모 예능인처럼 박원장은 자신과 마주 앉은 환자에게 마음 놓고 질책을 했다. 이 환자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환자는 미리 말씀해주세요.”라는 친절한 안내문을 충실히 따른 죄 밖에 없었다. 이에 매우 당황하는 모습을 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살필 수 있었다.
‘참 이런 돼먹지 못한 의사가 다 있나?’라고 내심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사무실 가까이 자리하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나는 줄곧 이곳을 이용하고 있었다. 명문 국립 S대 출신에다 이순을 훌쩍 넘어 선 것으로 보이는 박원장은 어쩌면 환자의 질병치료와 건강증진보다는 큰 소리로 지청구를 하거나 꾸짖는 것이 본인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스트레스도 더는 듯했다.
접수창구를 지키는 간호사도 박원장 못지않은 특이한 캐릭터를 자랑했다. 이 간호사와 나는 전혀 연고가 없었다. 친척이나 지인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환자인 나에게 노골적으로 반 토막의 말을 들이댔다. 나의 명함을 건네받은 어느 날은 ‘많이 올라갔네?’라고 황당한 응대를 했다. 이 병원의 총책임자인 박원장을 보고 배웠나 보다.
박원장은 이 병원의 간호사에게 현금 일만 원 이상을 맡기지 않았다. 환자가 만 원권을 건네면 거스름을 박원장에게 그때마다 받아서 해결했다. 아래사람을 전혀 믿지 못하거나 조금의 권한도 주지 않았다. 이 특이한 캐릭터의 박 원장의 못된 진료행태를 보건복지부의 홈페이지에 올릴까도 했다. 버르장머리를 고치고 싶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뒤로 미루었다.
“ 이번 주말에는 우리 아이를 보러 가도 괜찮을까요?”
“ 사장님께서 괜찮으면 가시고요.”
참 이런 경우도 있었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약 3주 전부터 나는 이곳 안과로 매일 ‘출근’을 했다. 다른 곳의 병원은 한번 들를 때마다 3일 분의 약 처방을 했다. 그런데 이 심 원장은 모든 환자에게 매일매일 자신의 병원에 나올 것을 요구했다. 환자가 병원에 보다 자주 나오면 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급여’를 조금이라도 더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이것은 정상정인 진료는 아니었다. 맞벌이 부부인 나는 우리 아이를 처가에서 돌보고 있었다. 그간 눈병이 아이에게 전염될까 보아 내리 3주째 아이를 보러 가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혹시 아이를 보러 가도 되는지를 심 원장에게 물었던 것이었다. 눈병의 완치 여부와 아직 전염의 우려가 있는지는 의사인 자신의 지식과 경험으로 판단해야 함에도 오히려 환자인 나에게 떠넘기니 참으로 무책임했고 황당했다. 서울 소재 명문 K대 의대 출신 50대 이 안과의 심 원장도 도대체 인성이 낙제점이었다.
“감기 몸살인 것 같습니다.”
나는 최근 독감 증세가 있어 우리 사무실 건물 뒤편에 자리한 장내과를 찾았다. 장 원장은 몇 가지 증세를 더 묻고선 즉시 처방을 내렸다. 바로 앞에서 대기하던 간호사는 오늘도 부리나케 달려가 성인 엄지손가락보다 훨씬 굵은 “혈관 주사기”를 나의 왼쪽 팔뚝 위에 들이댔다. 감기몸살 증세로 병원을 찾으면 보통은 혈관 주사는커녕 엉덩이 근육주사 처방도 없는 것이 보통이다. 대개 3일분의 약 처방에 그치거나 부득이한 경우 근육주사 처방을 병행한다. 내복약 처방을 할 때도 좀 인성이 제대로 된 의사는 ‘증세가 심하니 오늘은 항생제를 좀 쓰겠습니다’라는 부연 설명을 하고 환자의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 장 원장은 예외 없이 그 무시무시한 혈관주사를 대령시켰다. 전형적인 과잉진료였다. 마치 공포 영화에서 등장하는 흡혈귀가 떠올랐다. 장 원장은 가벼운 증세에도 천편일률적인 처방을 냈다. 이 또한 보험급여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려는 심사임이 분명했다.
대학 시절 헌법 교수의 열강이 떠올랐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정치를 하는 이들은 몰라도 우리 법학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래서는 아니 됩니다. 전깃줄 위의 참새를 잡기 위해선 그에 맞는 고물 총이나 새총을 사용해야지 M16 자동소총이나 기관총을 들이대어서는 절대 아니 된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실정법의 해석론을 주로 배우는 법대 학부시절의 이야기다. 조문의 해석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을 배우는 보람을 느꼈다. 정말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하는 묵직한 가르침이었다. 조문 해석과 달리 이런 커다란 가르침을 잊을 수 없다.
장 원장은 이런 ‘비례의 원칙’ 등에 관한 인성교육을 지금이라도 따로 배울 것을 권하고 싶었다. 의사라는 전문직인 라이선스에다 특권의식도 창작한 ‘되어 먹지 못한 의사’들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날이 어서 오길 기대한다. 전문적인 의학 지식과 치료 노하우보다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 먼저다.
나의 고교 동기 정형외과 전문의 최원장에게 이 장 원장의 ‘만행’에 관한 자문을 구했다.
“혈관 주사를 맞지 않겠다고 하면 되지? 이 친구야.”
참으로 성의 없고 무미건조한 답변이 돌아왔다. ‘과잉진료’라는 말은 아예 입밖에 내지 않았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이에 딱 맞았다.
장 원장의 처방으로 간호사는 오늘도 내 팔뚝에 혈관용 주사기를 씩씩하게 들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