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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개인과 개인의 연결에 대하여

각자 살아내는 인생들의 가치를 지켜야 합니다.

여러분은 요즘 인터넷에서 창작물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인가요?


저는 이겁니다.


“이거 AI가 만든건가?”


기술이 창작을 따라잡는 세상이 왔습니다.


글쓰기, 작곡, 영상 편집까지.


쥐어짜내야 했던 것들이 이제는 클릭 몇 번이면 만들어지는 시대입니다.


물론, 생산성과 편의성은 놀랍도록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가 만든 것’에 대한 기준은 흐려졌습니다.


예전에는 손으로 글을 썼습니다. 손글씨 한 자 한 자에 시간과 마음이 묻어났습니다.


글씨체부터, 지운 흔적까지.


하지만, 지금은 타자를 치고, 이젠 프롬프트 하나로 한 편의 글이 완성됩니다.


그 속도감에 중독되고, 그 정확성에 놀라지만,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합니다.


내 흔적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은 그런 흔적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단지 ‘남의 것을 쓰지 말라’는 경고가 아니라,


‘당신이 만든 것을 지켜주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저작권을 ‘불편한 법’ 정도로 여기기도 합니다.


공유와 개방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저작권 보호라는 단어는 구식처럼 들리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보호받지 못하는 창작은 결국 지속되지 못합니다.


한 사람이 밤새워 고민하고, 열정으로 쓴 문장도 무단 복사와 붙여넣기에 몇 초면 사라져버릴 수 있다면,


누가 다음 문장을 쓰고 싶어 할까요?




우리가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콘텐츠들(좋아하는 드라마, 공감 가는 책, 위로받는 음악)


그 모든 것의 뒤에는 누군가의 관점이 있고, 시간이 있고 감정이 있습니다.


더 이상 ‘기계가 할 수 없는 것’을 찾기보다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은 결국 쓴 사람의 경험을 나타내는 것이니까요.


결국 "간접 경험"은 누군가의 "직접 경험"을 통해 일어납니다.


서로의 경험을 이어주는, 서로의 세계를 이어주는 것이 저작물입니다.


AI는 마치 개인과 개인의 연결이 아닌,


인류와 개인을 연결지어주는 느낌이 듭니다.


이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한 몸에 많은 지체를 가졌으나 모든 지체가 같은 기능을 가진 것은 아니니
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받은 은사가 각각 다르니...

로마서 12장 4-6절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


개인의 경험의 고유성을 보호하는 것은,


단지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사회적 기반을 지키는 일입니다.


인생을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내는 것, 그것은 인간만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이 삶을 지켜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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