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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파워, 결국 나를 지키는 힘

당신은 나에게 안녕을 묻고 계십니까?

회사에서든 일상에서든, ‘센 사람’이 이기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목소리가 크고, 말이 빠르고, 추진력이 강한 사람이 팀을 이끄는 것 같죠.


그런 사람은 회의에서 주도권을 잡고, 프로젝트를 단숨에 밀어붙이며,


때론 동료들을 압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협력이 아닌 회피, 존경이 아닌 의무, 공감이 아닌 침묵이 남습니다.


그런 리더십은 빠르게 움직일 수는 있어도,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결국 혼자 외로워지고, 조직은 다시 흔들립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조용히 사람을 이끄는 힘',


즉 소프트파워(soft power)의 존재를 돌아보게 됩니다.


이 글은 하드파워 중심의 사회 속에서,


‘왜 소프트파워가 더 강력한가’를 되짚고,


‘어떻게 그 힘을 키워갈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쓰였습니다.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당신,


무리하지 않고 오래 가고 싶은 당신에게,


이 글이 조용한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길 바랍니다.


생산성과 소프트파워


강압적으로 몰아붙이는 하드 파워를 지닌 리더는 당장 성과를 내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추진을 한 사람이 책임지고, 다른 사람은 따라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혼자서 운전대를 잡고 질주하는 듯한 효율이죠.


하지만 이런 구조에서는 소프트파워가 갉아먹혀집니다.


지시가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복종하는 법만 익히게 되고, 내면의 동기는 사라집니다.


사람은 기계와 다릅니다.


지친다는 개념이 있고, 자신의 꿈, 감정, 관계, 가치, 자존감이 존재합니다.


그 복잡한 인간을 단순히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건 결국 자기 착각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


상대방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그 순간,


그 장면을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건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남이 날 어떻게 기억하는지가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죠.


내가 무례하게 명령을 내리면, 그 모습이 나에게 남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 상황을 떠올릴 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자존감은 조금씩 훼손됩니다.


결국, 단기적 성과를 얻었는지는 몰라도, 나는 나를 갉아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일상으로도 이어집니다.


사람은 그렇습니다.


직장에서의 모습과 가정에서의 모습, 사적인 자리에서의 모습을 자신은 구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어느샌가 집에서도 직장에서와 같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입니다.


일은 잘하지만, 돈은 잘 벌지만, 명예는 있지만,


가족과의 관계가 좋지 않거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결국 소프트파워와 연관이 있습니다.

소프트파워의 소멸은 곧 자기 소모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성과의 문제가 아니라 지능과 존엄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소프트파워란 무엇인가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먼저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소프트파워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조지프 나이(Joseph Nye)는


소프트파워를 "강요가 아닌 매력으로 이끄는 힘"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군사력이나 자본력 같은 하드파워가 행동을 강제하는 힘이라면,


소프트파워는 사람의 내면을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배려하고 싶고,


그 사람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경험,


그게 바로 소프트파워가 작동하고 있는 순간입니다.


이 힘은 단지 말이나 외형으로 흉내낼 수 없습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생각보다 섬세하고, 감각이 날카롭기 때문에


진심이 없는 위선이나 계산은 오히려 더 쉽게 간파됩니다.


그래서 소프트파워는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상대방을 나와 동등한 존재로 존중하려는 태도,


함께 잘 살아가고자 하는 진심 어린 시도에서 비롯됩니다.


그렇기에 진정한 소프트파워는 깊은 사고와 자기 성찰 없이 결코 생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흉내낼 수 없기에 더 강력하고, 더 오래 갑니다.


소프트파워는 어떻게 키우는가?


소프트파워는 상대방을 나와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상대방이 내게 해줬으면 하는 행동이 있다면,


그 행동을 요청하기보다 먼저 내가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우리는 종종 관계에서 무언가를 기대하지만,


정작 그 기대가 충족되기 위한 신뢰의 기반을 충분히 쌓지 못한 채


말로만 설득하려 하곤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소프트파워는 말이 아니라 태도와 경험에서 나옵니다.


상대방에게 배려받고 싶다면, 내가 먼저 그 배려를 실천합니다.


존중받고 싶다면, 내가 먼저 그 사람을 진심으로 존중해줍니다.


상대가 나를 이해해주길 바란다면, 그 전에 내가 그 사람의 맥락과 사정을 먼저 알아봅니다.


이렇게 요구보다 먼저 선행되는 ‘경험의 제공’이 상대방에게 신뢰를 만들어주고,


신뢰가 쌓이면 상대는 자발적으로 변화하고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이건 얕은 기술이나 감언이설이 아니라, 깊은 인간 이해에서 출발한 관계의 설계입니다.


신뢰 없는 설득은 설득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나와의 관계에서 좋은 경험을 누적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그 경험이 ‘이 사람의 방식은 다르다’, ‘믿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소프트파워는 작동합니다.


결론 – 소프트파워는 따로 키우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소프트파워는 ‘소프트파워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생각은 소프트파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소프트파워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의 결과입니다.


진심을 다해 사람을 대하고, 좋은 영향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다면,


그 자체로 사람들은 나에게 신뢰를 보내고, 따르고, 함께하고 싶어합니다.


이 영향력은 내가 통제하려 할수록 멀어지고,


온전히 살아내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그 영향력이 가족 안에서 머무를지,


친구, 동료, 혹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확장될지는


내가 좋은 사람인지, 존경받을 만한 사람인지에 따라 정해지는 일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영향력을 가질까’를 고민하기보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는가’를 먼저 돌아보아야 합니다.


진정으로 행복하고,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라면,


그 삶이 곧 가장 깊고 넓은 소프트파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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