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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다시 플라스틱 빨대를 선택한 진짜 이유

친환경과 편의성 그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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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종이 빨대 전환 기사↑


스타벅스가 종이 빨대를 도입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누군가는 환경을 위해 박수를 쳤고, 누군가는 빨대가 흐물거린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나 역시 처음엔 환경을 위해 불편함 정도는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종이 빨대를 타고 흘러나올 때마다 마음 한편이 불편해졌다.


그런 스타벅스가 결국 플라스틱 빨대로 되돌아갔다.


물론, 사탕수수 기반의 식물 유래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아마 PLA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반응은 다시 뜨겁다.


'환경보호를 포기한 것이냐?'


'애초에 친환경은 무리였다'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나는 포장지 설계자로서 이 결정이 충분히 이해된다.


환경과 소비자의 편의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종이가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인 진짜 이유


사람들은 종이에 코팅을 하면 결국 플라스틱인데 무슨 친환경이냐고 말한다.


하지만 종이 사용의 진짜 목적은 '탄소 중립'에 있다.


탄소 중립간단히 말하면 지상 위의 탄소 총량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하의 석유나 석탄을 꺼내 써서 탄소를 늘리지 않고, 이미 공기 중에 있는 탄소만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나무는 공기 중의 탄소(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자라고, 그 나무를 이용해 종이를 만든다.


종이가 썩거나 태워질 때 다시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탄소는 원래부터 공기 중에 있던 것이기 때문에 총량이 늘어나지 않는다.


즉, 지구의 탄소 순환 사이클 안에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종이가 플라스틱을 완벽히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플라스틱 빨대 두께가 100㎛였다면, 종이 80㎛에 플라스틱 코팅 20㎛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플라스틱 사용을 80%나 줄일 수 있다.


환경 보호가 실패하는 진짜 이유


그러나 환경 보호에만 집중한 나머지 '소비자 편의성'을 외면하면 그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종이 빨대는 빠르게 흐물거리고, 맛에도 영향을 미쳐 소비자에게 큰 불편을 줬다.


사람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매할 때도 환경보다는 연비나 편의성을 본다.


환경을 위해 불편을 참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 보호를 위한 변화는 반드시 소비자의 편의를 우선으로 생각하며 설계해야 지속 가능하다.


설계, 깊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


내가 몸담은 포장 산업도 마찬가지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소비자의 편의성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친환경과 편의성 사이에서 완벽한 접점을 찾는 것이 바로 설계자의 몫이다.


실제 소비자의 반응을 예상하고, 작은 디테일까지 고민하며, 충분한 경험과 데이터로 접근해야 한다.


종이 빨대의 실패는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편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설계의 문제였다.


소비자가 불편하다면 지속 가능성은 절대로 지켜질 수 없다.


나는 포장지 설계자이자 동시에 소비자다.


양쪽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고 설계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다.


스타벅스의 이번 결정은 내게 깊은 인사이트를 주었다.


그리고, 스타벅스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존경에 가깝다.


친환경에 진심이면서도 그로인한 비용 증가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낸 것.


스타벅스는 독보적이다.


그리고, 나는 이번 스타벅스의 결정을 통해 다시한번 느낀 것이 있다.


"진정한 혁신은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설계에서부터 출발한다."


이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며, 나는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다.


환경을 지키면서도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설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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