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대화가 어렵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도 그 대화가 어디로 흘러갈지 걱정이 먼저 앞섭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기대할까, 내가 괜한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혹은 내 말투가 너무 단정적으로 들리진 않을까…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대화를 하다 말고 스스로 조용해질 때가 잦아졌습니다.
사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대화에 정답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걸요.
그런데도 누군가 고민을 꺼내면 저도 모르게 그 이야기에 답을 달고 싶어졌습니다.
어쩌면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었겠지요.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정답을 말하려는 순간, 대화는 방향을 잃는다는 것을요.
상대방은 마음을 닫거나, 제 말을 ‘정리’가 아닌 ‘정답’으로 받아들이곤 했습니다.
그 뒤로는 한참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화는 무엇일까.
그리고 상대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요즘 저는, 답을 주기보다는 함께 걷는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건 좀 어렵겠다.’
이런 말들에는 이상하게도 서로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더라고요.
해결되지 않아도 괜찮고, 끝맺지 않아도 따뜻한 대화가 있습니다.
우리가 어릴 적 나눈 수많은 대화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결론보다 흐름이 중요했고, 논리보다 감정이 더 컸던 그런 이야기들요.
저는 지금도 종종 ‘답’을 말하고 싶어집니다.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싶은 마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동시에, 제가 말을 줄일수록 대화가 길어진다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상대가 더 편안하게 마음을 꺼낼 수 있도록 빈 자리를 남겨두는 대화,
그런 말들이 오히려 더 많은 신뢰를 만들어줬습니다.
누구나 어떤 순간에는 대화 속에서 정답을 원할 수도 있고,
어떤 날엔 그냥 곁에 있어주는 말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제,
그 둘을 구분하고 조금은 여유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정답 없는 대화를 연습하며, 저만의 답이 아닌 서로의 연결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런 대화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하루하루 고마워지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