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전해준 결혼식 축사 준비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by 양연주

“아빠, 나 친한 친구 결혼식 축사를 해야 하는데, 어떤 얘기를 담으면 좋겠어?”


아빠는 3초 정도 고민하더니 운을 띄웠다.


축사는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밥 먹으면서 아무 말하는 자리가 아니다. 조심스러운 자리다. 그렇다고 교수님처럼 하면 안 되고, 친구들 축사라는 게 사실 결혼식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주 어려운 자리다.

말도 부드럽고 간결하게 속되거나 품위 있고 고결하게 잔잔한 감동도 있어야 한다.

축사를 하게 되더라도 문체는 반말로 하지 말아라. 존경하는 어체를 써서 원고를 읽어야 한다. 10년을 같이 지낸 친구로서 이렇게 지내면 좋겠습니다 등 수준에 맞는 축사를 하거라. 친구와 친구 남편에게 간단하게 결혼식의 의미와 앞으로 살아가는데 난 이렇게 살아가면 좋겠다 등의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아빠가 내 친구에게 축사를 해준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유명한 작가 중에 공초 오상순 작가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항상 백 페이지 정도 되는 노트를 가지고 다니는데 청동노트라고 한단다.

만나는 사람마다 만날 때마다 항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당신은 왜 도대체 고맙고 반갑습니까?”

“당신을 만나서 고맙고, 만나서 인연을 이어가서 좋고, 당신이 건강해서 기쁘다. 이런 좋은 날에 내 청동노트에 글 한귀 써주고 가라. “


그렇게 사람들이 써주고 간 게 200권이 된다고 한다. 펄벅이라는 작가도 와서 쓰고 갔다고 한단다.

이 사람이 말씀하시길, ’ 앉은자리가 꽃자리이니라 ‘라고 했다. 구상 시인이 그 글귀를 보고 시를 썼는데,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나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이니라라는 유명한 시가 있다.


지금 이 자리가 가장 좋은 자리이다.

행복한 자리이니, 추운 겨울날에는 서로를 껴안아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범사에 감사하고 항상 감사하면서 살아라.

나하고 남편이 같이 있어서 감사하고, 직장에 다닐수 있음에 감사하고, 친구가 있어서 감사하고, 감사하면서 사는 삶을 살아라.


사람은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사람은 걷지 못하면 죽은 것이다. 그만큼 걸어서 해결하는 것이 많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

사람의 본연은 뛰고 걷는 것이니, 건강을 잘 지켜라.

태풍이 불고 바람이 불고 어려움이 닥치면, 새는 부부가 한쌍이라 같은 둥지에서 사는데, 비바람 몰아치고 새는 각자 날아오른다. 하지만 부부는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기대며 잘 이겨내야한다.


마지막으로 시 한 편을 전달해주거라.


11월이 전하는 말

반 기 룡


한 사람이 서 있네
그 옆에 한 사람이 다가서네
이윽고 11이 되네
서로가 기댈 수 있고 의탁이 되네
직립의 뿌리를 깊게 내린 채
나란히 나란히 걸어가시네

북풍한설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을 곧은 보행을 하고 싶네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만나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올곧은 모습으로
어기여차 어기여차
장단에 맞춰 풍악에 맞춰
사뿐히 사뿐히 걸어가시네

삭풍이 후려쳐도
평형감각 잃지 않을
온전한 11자로 자리매김하고 싶네


결혼 축하한다.



아빠의 조언은 마치 훗날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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