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 이야기 4
"어서 오세요!"
눈에 익은 여중생과 엄마가 들어오셨다.
(전에 학생증 촬영하러 온 친구다)
"얘가 제가 집에서 찍어준다 하니까 싫대요~! "
(여학생은 웃는다)
"잘 오셨어요~^^"
후다닥 촬영 후 예쁘게 보정 중!!
컴퓨터 뒤로 오시더니 얘기를 하신다
"요즘 사는 게 난리도 아니에요!"
"그니까요..."
"저는 내과에서 일하는데 영양제 맞는 손님도 없어요
다른 때 같으면 휴가철 때 영양제 맞으시러 오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도 없고 일반진료도 30명에서 50분 정도밖에 없어요.
병원도 웬만해서는 안 오신다니까요.!!"
"안 그래도 어제 동네마트직원분이 오셨는데, 마트도 인원감축 들어가서 몇 분 나가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여러 다른 마트들도 문 닫을 거라고. 정말 난리 긴 해요. 근처 원룸단지 건물주님들도 전세, 월세가 안 나가서 대출금을 못 갚는 상황이라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 시라고 한숨만 쉬시다가 가셨어요."
의자에 앉아있는 여학생을 등지시고 제게 다가오시더니 소리 안 나게 얘기하신다
'저도 얼마 전 밤에 죽으려고 했어요. 순간 깜짝 놀라서 정신 차렸어요'
"아이고... 무슨 일이세요.."
이분은 근처 조합아파트에 영혼까지 탈탈 털어 분양받아서 들어가셨는데,
(20년 전부터 말이 많았던 조합아파트다)
처음부터 아파트 하자 걸리고, 분담금은 분담금대로 또 천만 원 내라 하고, 일반대출 알아보는데 비싸고 ,
너무 쪼달리다보니 나쁜 생각을 하게 되셨다고.
죽을 마음을 먹고 실행하려다 중학생 아이들을 보고 깜짝 놀라 정신이 꺠셨다고 하셨다
그날 퇴근한 신랑을 안고 둘이 펑펑 우셨다고..
지금은 우리가 돈을 못 모으지만 줄일 거 다 줄이고 일도 더 하면서 버텨보자고.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좋아질 거라고.
친구분 얘기도 하셨다
"알고 지내는 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병원에 수면제를 타러 오더라고요. 그래서 전화를 해봤어요. 안 그랬는데 왜 수면제를 먹어? 무슨 일 있어?"
" 이번에 아파트 분양받았잖아.. 이제 들어갈 때가 됐는데 살고 있는 집이 안나가.
3천만 원 내렸는데도 전화도 없고 더 대출도 안 되고.."
이상해서 전화를 끊고 친구집으로 갔어요. 가보니 식탁 위에 수면제가 쌓여있더라고요 수면제를 모아 온 거예요
눈에 보이는 약 다 치우면서 제가 얘기했어요. 나도 지금 이런 상황이고 너는 그래도 시댁도 있으니 영 힘들면 얘개해보라고 했더니 시댁은 결혼할 때도 반대했어서 말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미쳤냐고 너도 애가 있는데 정신 차리라고 했어요
일을 해보라고 했더니 창피하다고 울더라고요
전에 옷가게도 해보고 자기 장사를 했던 사람이라 남의 밑에서 일 못하겠다고.
그래도 일단 움직이는 게 맞으니 술 끊고 어디라도 일하러 가라고 했어요
다행히
지금은 편의점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가끔 그래도 걱정돼서 한 번씩 전화를 해요
이제는 이런 사람들이 있으면 어디서든 크게 내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살아야 한다고. 죽을 일이 아니라고!!!!"
"맞아요!! 힘든 일이 있는 분들에게는 꼭 얘기를 해드려야 해요"
"신랑은 오지랖 떨다 괜히 안 좋을 수 있다고 뭐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살릴 수 있어요"
"맞아요 말할 상대가 있어야 힘을 얻거든요"
"저도 10년 전에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이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그때 아이들이 중학생이었는데 이틀에 딱 5천 원만 쓰자고 그렇게 살았어요.
오늘 필요한 게 있어도 하루 더 참아서 그다음 날 샀어요.
지금 상황에 맞춰서 사는 건 창피한 게 아니에요 이런 내 모습을 들킬까 숨기면서 남 눈치 보면서 살면 안 돼요
내 삶인데요 "
(난 태어나면서부터 눈치로 산사람인데..)
"맞아요 그런데 그게 힘들더라고요 지금도 남의 눈치를 많이 보게 돼요.
저희는 맞벌이라 외식을 많이 하고 배달도 많이 시켜 먹었어요. 지금은 그것도 줄이고 포장음식 사 먹고 마트 갈 때도 시장가방 들고 다녀요. 전에는 시장바구니 챙겨 다니는 것도 창피하더라고요."
"그니까요. 그게 머라고.. 눈치 보고 살지 말게요~ 지금 현실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만 생각하면서 살게요!!"
가시는 길에 여학생에게 말을 건넸다
"잘 가~!! 엄마 잘 챙겨드려요"
지나간다 다 지나간다. 모든 일은 다 지나가게 마련이다.
그때를 버텨야만 하는 시기도 있다.
그래야 지나간다
넋 놓는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주 잠시여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아들의 짜장면 사건이 생각이 난다
명절이 끝난 다음날 중학생 아들이 갑자기 짜장면 시켜 먹자고 했다
(지금은 대학생이다 )
명절음식이 남아있어서 이번에 이거 먹고 다음에 먹자고 했더니,
갑자기 울먹이면서 아직도 우리가 짜장면도 못 시켜 먹냐고 하면서 우는데,
가슴을 한방 제대로 맞는 느낌. 그 울음은 내속에 지금도 살아있다.
(이제 그만해야겠구나. 짜장면 시켜줄 수 있는데.. 저 작고 예쁜 마음에 가난의 눈물이 스며들면 안 된다!!)
아들의 그 한마디 뒤로는 이제 만두도 시켜준다.
그렇게 천 원짜리 하나도 아끼고 살 때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만두를 시켜줄 수 있는 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아들에게 이때 얘기를 하면 ,
"내가 그랬었나... "한다.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