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냄새

사진관 이야기 2

by 포레스트

따르릉~~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사진관이지요? "

"네~~~"

"증명사진 급하게 필요한데 , 바로 찾을 수 있을까요?"

"네~오세요~!!"


조금 있으니 손에는 우산을 드신 키가 크신 할아버님과 40대 초반의 키가 크신 여자분이 들어오셨다

"어서 오세요~어디에 필요하세요?"

"증명사진이 필요해서요~바로 되지요?"

"네~바로 해드릴꼐요"


걸음이 불편하신 할아버지는 촬영용 의자 쪽으로 가시면서 우산을 세워놓으신다.


"오늘 비 소식이 있어요?"

"아니요, 아버님 지팡이 대용이세요~"

"아~~ 괜찮네요~"


아버님이 걸음이 불편하셔서 의자까지 부축해서 걸어가는데..

훅!!!! 느껴지는 향~

(음.... 뭐지..)

10년 전 돌아가신 아빠의 냄새였다.

앉아계시는데 등이 다 안 펴지시는지, 얼굴만 앞으로 쭉 내밀고 계신다.


"허리를 더 못 펴시는 거지요?"


따님같으신분꼐 여쭤보니 그렇다고 하셔서 촬영을 한다

증명사진을 촬영할 때는 내 카메라 앵글의 눈과 사람의 눈과 맞춰야 한다

또 훅!! 느껴지는 눈의 향~

갑자기 카메라 앵글 속에 내 눈이 뿌해지려 한다.

(아빠의 눈이다!)

촬영을 끝내고 잠시 기다리시라고 한 후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데,

아직도 가슴의 먹먹함에 눈물이 나려 해서, 말을 걸었다.

"따님이세요?"

"아니요, 시아버님이세요!"

"네~~"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할아버님은 며느리에게 말을 계속 거신다.

"누구는 훈련소 어디로 간데? 논산으로 가~나?"

"아니요.."

"그럼 춘천으로 가나?"

"아니요.."

분위기 냉랭하다..


그 뒤로도 두 번 정도 더 물어보신 것 같은데,

며느님은 30년이 지난 ,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고 하시면서

끝내 어디라고는 얘기를 안 해주신다. 음...

속으로 나는 (얘기해 드리지....)

사진을 며느님에게 드리니 할아버지가 사진을 보자고 하신다.

그러자 며느님은 지금 그럴 시간이 없다고 주민증 만들고

은행도 가야 한다고 재촉하신다.

그제야 할 아버지는 신발을 신으시려고 신발주걱을 신발뒤에 끼시는데

잘 안 신어지셔서

제가 도와주려고 하는데 며느님이 신발주걱을 받고 뒤꿈치에 스르륵 끼시며

작은 한숨소리를 내신다.

나는 생각한다.

(음... 살면서 할아버님이 못한 게 많으신가 보네...)


이제 가시는 시간.

"조심히 가세요~!!"

"네~감사합니다~"


바로 컴퓨터에 앉으니 눈물이 이제 가슴속에서 기다리다 올라온다.

내 안에는 여러 설움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아빠다.

평생을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가신 아빠.

내 이붓동생과 나는 9살 차이가 나는데,

누나는 자기 기억에 아빠한테 맞는 기억밖에 안 난다고..


그렇게 밉고 맨날 죽었으면 했던 아빠가 마지막에는 당뇨합병증으로

병원에 머물다 돌아가셨다.


아빠제사 때도 눈물이 안 나는데, 이렇게 아빠냄새가 나거나, 지나가다가 아빠랑 비슷한 옆모습이 보이면

가슴이 울렁거린다.. 순간( 아빠다~~!! )


돌아가시고 나서 처음으로 아빠의 부재가 느껴졌던 건 전화목소리를 못 듣는 것이었다.

틈만 나면 전화해서 "수진아, 나 죽는다!! 잘 살아라" 이런 전화가 걸려오면 난 전쟁돌입상태가 된다.

그렇게 싸우던 목소리를 못 들으니 그게 마음이 아팠다

살면서 무슨 일이 있었건, 어떤 잘못을 했건 우리 모두에게는 삶의 마무리가 있다.


삶은 유한하지 않다. 요즘은 백세인생이라고들 하지만, 그게 누구에게 통용이 되지는 않는다.

아빠는 65세에 하늘로 가셨다. 병원에서 혼수상태로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누워계셨다.

일주일에 한 번씩 대전병원으로 아이들과 내려갔었는데,

돌아가시기 전까지 두 번 말하셨다.


첫 번째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몇 달 동안 아무 말도 못 하셨였다)

"우리 손녀 빵 사줘야 하는데..." 이때 딸이 6학년이었다.

깜짝 놀라 "아빠~!!" 불렀는데,

또 다른 세상으로 옮겨가신 듯 아무 말 없으셨다.

왜 빵이었을까.. 빵을 생전에 사주고 싶으셨었나.. 모르겠다


두 번째는 그 뒤로도 말을 안 하셨는데,


"내가 땅으로 내려가면 갈 때가 없네.."


"아빠!! 나랑 같이 살아!!"


"아니.. 그러면 너네가 힘들잖아...."


그 말이 생전 마지막 말이셨다.

그때가 아버지가 하시던 사진관을 동생이랑 정리하고 난 후였다.

우린 그런 말을 아예 하지를 않았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알고 계셨다


사람은 하늘로 떠날 때 지나온삶을 돌아본다고 한다

아빠의 삶은 어땠을까..

큰아빠 작은 아빠는 장례식장에서 쟈는 형님은 하고 싶은 거 다하며 살다가서 후회 없을 거라고 하셨는데,

아빠는 정작 어땠는지 물어보고 싶다.

이제는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빠. 아빠의 삶은 돌아보니 어땠어? 괜찮았어?......."

그리고 나에게도 물어본다.

(수진아, 너의 삶은 어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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