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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잃은 여인

어느 소녀의 보자기 가방

by 정인



소녀 가방은 보자기 가방. 그림으로 표현


소녀는 매일 알록달록한 보자기 가방을 메었어요.

어느 날은 주황색, 어느 날은 빨간색.

보자기는 날마다 색을 바꾸며, 소녀와 함께 학교에 갔지요.


소녀는 운동화 대신 검정 고무신을 신었어요.

도시락도 없었어요.

학교에서 주는 커다란 밀가루 빵이 점심이었지요.

그래도 소녀는 그 빵을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어쩌다 남기면 집에 가져가

아픈 부모님께 드리기도 했어요.


소풍 가는 날, 친구들은 맛있는 김밥을 싸 왔지만

소녀의 도시락에는 단무지 하나와 잡곡밥이 있었어요.

친구들 김밥이 먹고 싶었지만, 소녀는 참았어요.

엄마가 아프셔서 김밥을 챙겨줄 수 없었거든요.


그래도 소녀는 친구들과 잘 지냈고

웃는 얼굴로 동네 오빠들과도 사이가 좋았어요.

학교에서는 모범생

항상 선생님께 칭찬을 받는 착한 아이였어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소녀가 뛰면 보자기 가방 속 필통이

딸랑딸랑 소리를 냈어요.

그 소리는 마치 소녀의 발걸음을 응원하는 노래 같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소녀가 4학년이 되었을 때였어요.

언니의 선물

예쁜 빨간색 책가방과 하얀 운동화를 사주었어요!


“우와! 내 책가방이다!”


소녀는 하얀 운동화도 새로 신고,

신나서 학교에 갔어요.

친구들에게 가방을 자랑하고,

더는 부끄럽지 않았어요.


이제 소녀는 말할 수 있었어요.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예쁜 책가방도 있고, 운동화도 있어!”


알록달록한 보자기 가방은

소녀의 어린 시절을 추억이었고

그 시절은 힘들었지만,

소녀의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행복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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