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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잃은 여인

쫑은 나의 친구

by 정인
쫑은 나의 친구




어느 날, 소녀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니 낯선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어요.


“엄마, 이 강아지 뭐야? 너무 귀여워요!”


엄마는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응, 너희 큰오빠가 군대에서 제대하면서 데려왔단다.”


소녀는 신이 나서 발을 동동 굴렀어요.

그날부터 소녀는 매일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놀지도 않고 집으로 곧장 달려왔어요.

강아지를 보기 위해서였지요.


소녀는 강아지에게 ‘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밥도 주고, 물도 챙기고, 산책도 함께 다녔어요.

쫑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커다란 강아지가 되었고, 둘은 금세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지요.


소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쫑이는 누구보다 먼저 꼬리를 흔들며 소녀를 반겨주었어요.

둘은 뒷동산을 오르며 뛰어놀고, 함께 들꽃 물들어가는 노을 속에 숨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소녀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쫑이가 보이지 않았어요.


“엄마, 쫑 어디 갔어요?”


“글쎄? 아까까진 있었는데…”


소녀는 걱정이 되어 동네를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이웃집 밭 한편에서 쫑이를 발견했어요.


“쫑!”


소녀가 달려가 쫑을 불렀지만, 쫑이는 꿈꾸듯 조용히 누워 있었어요.

아무리 불러도, 흔들어도, 쫑이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토록 반겨주던 쫑이의 눈은, 이제 더 이상 뜨지 않았어요.


이웃집 아저씨가 밭에 놓아둔 쥐약을 쫑이가 먹은 것 같았어요.


소녀는 쫑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어요.

“엄마... 쫑이 죽었어... 쫑이 살려줘...”


믿을 수 없던 소녀는 쫑과 함께 뛰놀던 뒷동산에 올라가,

하늘을 향해 “쫑... 쫑...” 하고 이름을 부르며 울었어요.

얼마나 울었는지, 소녀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어요.


그날 이후, 소녀는 쫑이 없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졌어요.

밥그릇, 목줄, 발소리까지도 쫑이를 떠올리게 했지요.


소녀는 쫑을 묻어준 뒷동산을 자주 찾았어요.

작은 돌을 모아 무덤을 만들고, 쫑이 좋아하던 들꽃을 꺾어 올려두었어요.

소녀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어요.


그리고 소녀는 마음속으로 다짐했어요.

‘나는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어…’


하지만 소녀는 몰랐어요.

쫑이란 이름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어른이 된 지금도

추억을 찾아 담고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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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