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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잃은 여

세상 밖으로 '작품"

by 정인

작품 전시회


이번 미술 전시회는 나에게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지우고, 다시 그리고, 또다시 쓰며 스스로와 마주했던 시간. 그렇게 완성된 그림과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설레면서도 조금은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전시 공간에 내 작품이 걸려 있는 걸 보니,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따뜻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작품 전시


작품전시

왕송호수 축제


의왕시에서 열린 왕송호수 축제에서도 내 책을 전시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은 온통 사람들의 웃음과 나눔으로 가득한 현장이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찾아온 가족들, 꽃꽂이 체험장에 몰린 인파, 그리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얼굴들. 축제의 공기 속에서 ‘예술’이 사람들과 함께 숨 쉬고 있었다.


우리는 드로잉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많은 분들이 “저는 그림에 자신이 없어요.”라며 망설였다. 그래서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번 그려보세요. 괜찮아요.”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 보이자, 주저하던 사람들의 눈빛이 조금씩 달라졌다.
누군가는 조심스레 펜을 잡았고, 또 누군가는 아이와 함께 도전을 시작했다.
그림이 완성될 때마다 휴대폰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렸다. 그 작은 순간들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 안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림을 못 그리는 게 아니라, 그려보지 않았던 것뿐이구나.’
재능은 타고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결국 마음이 움직일 때 손도 따라 움직이는 법이다.


처음엔 나 역시 그림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스케치북 위의 선들이 내 마음을 닮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쌓인 그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전시가 아니라,
나 자신과의 대화이자 사람들과 따뜻한 연결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온기를 나는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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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