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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띠또 Jun 10. 2022

요가에서 느낀 프로페셔널리즘

요린이 삼 년 차.

잘하는 것은 잘하고, 못하는 것은 못한다.

조금씩 힘이 생기고 겁이 좀 사라졌다는 것, 시도해보는 횟수가 늘었다.

머리 서기는 아직도 잘 못하지만 도움을 받아 성공한 적도 있고, 아주 조금 감이 생겼달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니 어려운 수업들이 기다려진다.


일등 공신은 우리 요가원 선생님들이다.

수업마다 다른 분을 뵙게 되니 꽤 많은 분들을 만났다. 모두 좋은 분들이시지만 유난히 말을 잘 듣게 되는 선생님들이 있다.


요즘 자주 만나는 리니 선생님

먼저 목소리 : 힘 있고 낮은 목소리, 또박또박한 말투

티칭 : 동작 지시와 함께 어떤 느낌인지 설명을 항상 붙여주셔서 더 정확히 할 수 있다.

정확한 동작을 보여주시고 돌아다니면서 핸드 터칭, 보완점을 알려주신다.

수업 시작 전과 끝이 회원끼리 인사 나누는 시간을 주신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인사하고 난 후 요가원 분위기가 좀 말랑해진달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다소 힘든 코스에 선생님만의 스타일이 더해지니, 중급 수준의, 약간의 챌린지를 원했던 나는 사로잡히고 말았다ㅋㅋㅋ


초급일 때는 부드럽고 스무스한 코스와 스타일의 선생님을 좋아했다.

당시에는 대학원 수업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요가에서는 그야말로 힐링, 쉼만을 느끼고 싶었다.

어쩌다가 고급반의 빡센 코스를 만난 날..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온몸이 아팠다. 선생님도 엄하셔서 한동안 그 시간은 안 갔는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만난 수업 날 그 엄한 선생님 매력에 빠졌다.

지금은 안 계시는 휘오 선생님.

머리부터 발끝까지 요가인의 포스.

당시, 몇 년 전 헬스 다닐 때 입던 나이키 레깅스 입고 다니던 요린이에게는 고수 중의 고수로 느껴졌다.


휘오 선생님도 동작을 정확히 보여주며 설명해주시고, 이 동작이 어디에 좋은지, 잘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안 동작까지 알려주셨다.

끝까지 동작을 시키는 것이 다소 힘들 때도 있지만 그 덕에 정확한 동작, 힘을 기를 수 있었다.

이제는 나도 알라딘 바지 같은 요가 팬츠를 입는데 선생님 영향도 받은 듯하다 ㅎㅎㅎ


다니면서는 몰랐는데 수업마다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난 덕이 참 크다 싶다. 휘오 선생님한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가셨는데 두고두고 아쉽다. 어디선가 만날 희망을 갖고 요가를 쭉 해야지.


나도 내 일에서만큼은 이런 포스를 풍기고 싶다.

내가 떠나도 나를 남기고 싶다.

내 전문분야를 갈고닦는 실력은 물론이고,

전달하는 방법 (목소리, 표정, 프레젠테이션)도 중요하다 느낀다,


전에는 형식보다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실한 알맹이를 멋지게 전달하면 일석이조다.

너무 당연한 건데 생산자 입장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다.


굳은 몸과 마음을 풀어주고, 말랑말랑해지니 이런 깨달음도 얻는다.

나는 몸 쓰는 것을 못하진 않지만 확실히 잘하진 않는다.  그래서 더 좋다. 계속 잘해질 일만 남았으니까.

머리 서기를 엄두도 못 내다가 처음 혼자 힘으로 몸통을 세운 날, 몇 초였지만 너무 기뻐서 소리 지를 뻔했다. 그날 자꾸 일들이 잘 안 풀려서 힘들었는데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다.


시도하다 보니 선생님들의 핸드 티칭과 조언을 듣고 각 단계에서 어디에 힘을 줄지 알게 됐다.

머리만 박고 있었다면 몰랐을 텐데.

앞으로 힘을 기르는 것은 내 몫이다.

조금씩 해서 언젠가는 꼭 성공해야지.

내 일에서는 이렇게 여유 있게 생각하지 못하는데..

요가를 대할 때 이 마음가짐을 일에도 적용하고 싶기도 하고, 요가만큼에는 이런 여유를 남기자 싶기도 하다.


가는 나에게 최고의 운동이다.

다른 린이들도 각 단계에 맞는 수업, 선생님들을 만나는 행운이 있길.

함께 쭉쭉 커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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