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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띠또 Sep 25. 2021

의미있는 인생

나의 판도라

12년 캐나다에 있을 때.

나는 몬트리올에서 살다가 대학 동기가 있던 밴쿠버로 이사를 갔다.

어디에 맛집이 있다고 따라갔는데 과연 유명한 곳인지 줄이 길게 늘어져있었다.

지금은 무얼 먹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데 하나 선명히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팔찌.

저 앞에 캐나다 마담 팔에서 빛나던 그 팔찌를 보고 말았다.

동기는 정말 유명한 팔찌라며 저게 바로 고소영이 선전하는 판도라라고 알려주었다.  

둘러보니 주변 사람들 팔에서 많게는 두세 개씩 짤랑거리며 빛을 뽐내고 있었다.

그렇게 이 팔찌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정말 정말 갖고 싶었다.

당장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대학생 용돈으로 사기엔 역부족이었다.


기회는 갑자기 온다더니

내가 귀국하고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가는 길, 면세점에서 아빠가 뿅 하고 선물해주셨다.

그 여행에선 풍경보다 이 팔찌를 더 많이 들여다봤다.

나의 첫 팔찌.

반짝반짝하고 맘에 쏙 든 이 팔찌.

그 이후로도 참 하나하나가 나의 이야기를 담아 팔찌 이상으로 소중한 내 이야기가 되었다.


- 14년 동생과 친구와 떠난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이탈리아 면세에서 산 물고기와 진주.

아쿠아마린 색 보석이 눈에 콕 막힌 물고기자리를 상징하는 참 = 바로 나

물고기 짝꿍 느낌으로 함께 산 진주조개


- 위의 여행과 단기연수가 프랑스어를 진지하게 공부하게 된 큰 계기가 되어 15년 첫 연수를 떠날 때 구매한 유니콘.

정말 특별한 시기를 보냈다.


- 남자 친구와 오랜만에 재회를 했다.

고양이는 나고, 강아지는 남자 친구. 웃기는 짬뽕~ 이지만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참이다.

더 웃긴 건 실제 성격은 나 = 레트리버, 남친 = 새침 고양이라는 점

항상 새침하고 도도하여도 싶지만 언제나 실패하는 나의 바램을 담아..


- 18년 나는 다시 프랑스에 갔다.

리옹에서 남자 친구가 선물해준 무지개

지금 인생이 무지개처럼 빛나니까 + 앞으로 인생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의미를 담았다.


- 우연하게 생각지도 않던 프랑스 도시 여행을 했다.

그것도 혼자.

어울리는 친구가 이래서 중요하다고 하는지.

당시 친하게 지내던 동생은 혼자서도 훌쩍 여행을 다니던 독립심이 투철한 친구였다.


나는 날 때부터 쌍둥이로 태어나 여태껏 동생들과 어울리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대학 와서는 남자 친구와 쭉 함께해오고 있는터라 혼자에 익숙하지도 않고 “견뎌왔다.”

이런 나이기에 혼자 하는 여행은 상상조차 못 했었다.

그랬던 내가 프랑스 이곳저곳을 혼자 여행했다. 생각보다 외롭지도 심심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여행의 참맛을 푹 알아버린 나는 일단 적어는 뒀지만 언젠가 하겠지.. 라며 방치해둔 나의 버킷리스트 1번인 “프랑스 주요 도시 돌아보기 & 전통 음식들 먹어보기”에 완료 체크를 했고, 그 기념으로 지구본 참을 하나 끼워줬다.


낯선, 새로운 시도 앞에서 무섭다고, 귀찮다고, 언젠가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넘겨버리면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

앞으로 내딛는 한 발자국이 나를 저 멀리까지 데려다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 마지막 참은 학사모를 쓴 부엉이.

대학원을 무사히 마치게 해달라고 바람에 바람을 더해 끼워 넣었다.


다음 참은 무엇이 될까나.

또 무엇이 내 앞에 나타날지 모르지만 드루와 ~

이 동그란 팔찌가 꽉 찰만큼 꽉 찬 인생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꼭 만들어보고 싶던 크리스마스 에디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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