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사람이 없다면

닫힘 버튼을 눌러야 되나 기다려야 하나

by 해피엔딩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주민을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안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합니다. 예전에는, 나는 인사를 했는데 상대방이 인사를 안 받아줄 때면 다소 불편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사를 하는 건 내 자유고, 인사를 받아주는 건 상대방의 자유라고 인정하고 존중하게 되었거든요.

집 안 현관에서 미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올려놓는 기능이 있어요. 그러면 신발 신고 엘리베이터 앞까지 이동할 때 엘리베이터가 와있거나 오고 있는 중이니까 엘리베이터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멍하니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요.


문제는 버튼을 너무 일찍 누른 나머지, 아직 나갈 준비가 안 됐는데 엘리베이터가 먼저 도착했을 때에요.


이때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이 없으면 특별히 상관이 없는데, 안에 사람이 있으면 참 애매합니다. 사람은 없는데 엘리베이터는 멈췄고, 좀 있으면 사람이 나올 것 같은데, 마냥 기다리자니 내 시간도 아깝고, 그래서 닫힘 버튼을 누를까 말까 망설이게 되죠. 저 같은 경우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사람이 없고 복도에서 사람이 걸어오는 소리나 현관문 열리는 소리 등 사람의 인기척이 없다면 곧바로 닫힘 버튼을 누릅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있어요. 닫힘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있는데, 저 멀리서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나는 겁니다. 그럴 때는 다시 열림 버튼을 누릅니다. 그래서 사람을 기다려요. 그런데 그렇게 기다려줬는데 타는 사람은 ‘기다려줘서 고맙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경우가 열에 여덟입니다. 그래서 기다려줬는데도 ‘괜히 기다려줬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요.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오시나요?”하고 큰 소리로 외치죠. 그런데 그마저도 잘 안 들리는지, 민망한 건지 그냥 타는 사람들이 있어요.


<데일카네기의 자기 관리론>에 하느님에 대한 얘기가 나와요. 하느님께서는 나병환자 10명을 치료해 주셨는데, 그중 단 1명만이 고맙다는 말을 했다고 하죠. 하느님도 단 1명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는데, 일반인이 어찌 상대방으로 하여금 ‘고맙다’는 말을 듣겠느냐고, 그래서 '고맙다'라는 말을 기대하지 말라고 해요.


경님 진주의 큰 어른인 김장하선생님께서는, “줬으면 그만이지”라고 말씀하시며, 진정한 무주상보시를 실천하셨죠.


어려운 것 같아요.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꼭 들어야 직성이 풀릴까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수준이 상당히 높아야 된다고 하는데, 상대방에게 그런 높은 수준을 기대할 수도 없고. 그래도 사람이라면 속으로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을 텐데. 그렇다면 내가 그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굳이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어쨌든 저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사람은 없으나, 저 멀리서 인기척이 있다면, 엘리베이터 밖으로 얼굴을 조금 내밀고,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외치기로 했어요. 그럼 제대로 들었다면 상대방이 헐레벌떡 뛰어오기라도 하겠죠. 사람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하니까요.


하지만 이미 엘리베이터 안에 도착한 사람이게, “제가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었어요. 기다리고 있었어요.”라고 하는 건 안 하려고요. 똥 누러 가기 전 마음과 똥 누고 난 마음이 다르듯, 일단 엘리베이터에 탄 이후엔 ‘그래서 뭐 생색내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타기 전에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라는 것을 확실히 인지시키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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