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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려와 솔직한 표현 사이에서

by 해피엔딩

요즘 들어 스스로가 참 괜찮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께서 학교 노트북을 빌릴 수 있냐고 쪽지를 보내셨다. 답장을 쓰기도 전에 나는 곧장 노트북을 찾아 설치를 도와드리고, 필요한 사이트 사용까지 챙겨드렸다. 내 자리로 돌아와 다시 쪽지를 열어보니, 문득 ‘미리 못 챙겨 드려 죄송하다’는 답을 보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 보니, 불필요한 사과는 오히려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 순간, 그냥 행동으로 남기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걸 알아차리고 쪽지를 닫았다. 즉각적인 배려와 표현하지 않는 배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뿌듯했다.

또 하나는 동료 선생님과 관련된 일이었다. 그동안 전담실 자리 배치표를 업데이트하지 않아 늘 내가 즉석에서 처리해야 했다. 사소하지만 반복되는 일이어서 은근히 스트레스가 쌓였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참고 넘어갔을 텐데, 이번에는 달랐다. 전체 안내 공지 속에 이름을 분명히 언급해 부탁을 드렸다. 혹시 상대가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막상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두 가지 경험이 내게 알려준 것은 단순했다.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내 마음을 지키는 것, 그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관계의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작은 선택이지만, 그 속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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