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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음일까, 안도의 웃음일까

by 해피엔딩


급식 지도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충분히 먹고 오라”는 말을 건넸다. 평소에 예쁘다고 생각했던 아이들 중 한 명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순간 나는 당황했다. ‘나를 비웃은 건가?’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마음이 불편해졌다. 물어볼까 하다가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개운치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곱씹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인지 왜곡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비웃었다’고 단정한 건 내 감정이 앞서서 내린 자동적인 판단일 수 있었다. 상대의 마음을 짐작하고 단정하는 ‘읽기 왜곡’, 불편한 감정을 근거로 사실을 추론하는 ‘감정적 추론’, 그리고 상황 전체가 아닌 웃음 한 장면만 확대해서 바라보는 ‘부정적 필터’가 작동한 건지도 모른다.

다르게 해석해보니 여러 가능성이 떠올랐다. 따뜻하게 챙겨주는 말에 안도감이 섞여 무의식적으로 나온 웃음일 수도 있고, 쪽지 사건으로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튀어나온 웃음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종종 어색할 때 습관처럼 웃음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혹은 미처 사과하지 못한 죄책감 속에 반가움이 뒤섞여 나온 웃음일 수도 있고, 단순히 친구와 대화하다가 타이밍이 겹쳤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평소 이 아이는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실수했을 때 바로 사과할 줄 아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아이가 고의적으로 비웃었을 리는 없다는 점에서 마음이 풀렸다.

결국, 문제는 아이의 웃음이 아니라 나의 민감함이었다. 작은 웃음을 과장해서 받아들이며 스스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신경증을 안고 살아간다. 남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사소한 신호에도 흔들린다. 나는 아내와 이런 이야기를 깊이 나누며 안도감을 얻는다. 사회에서는 드러내기 어려운 속내를 가정에서는 비로소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짧은 웃음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를 비춰준 거울이었다. 그리고 그 웃음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따라 나와 아이 사이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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