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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Mar 15. 2024

나는 B급 엄마다.

인별 엄마들을 보며 자괴감에 빠지지 않는 법


나는 인스타를 잘 안 한다.

하지만 아이와 같은 병명의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정보를 얻기 위해 가끔 들어간다.

그런데 간혹 알고리즘에 뜨는 엄마들을 보며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


인별에서 인플루언서 엄마들의 삶은 화려하다.

그녀들은 예쁘고 날씬하며, 아침엔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살림까지 잘한다.

거기에 더해 분기별마다 해외에 여행을 가며,

남편은 자상하기까지 한데 명품 샤뗑가방도 사준다.



예전의 나였으면 그들의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이었을 수도 있고 , 부러움의 대상 일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부럽지가 않다.  


아침에 하는 미라클 모닝은 나와는 맞지 않다.

한숨이라도 더 자서 아픈 아이를 케어하기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며,

아픈 아이를 데리고 해외에 가는 일은 생각 만으로도 기운이 딸려 별로 가고 싶지가 않다.


인별 엄마들의 삶은

나에겐 맞지 않은 옷과 같은 것이었다.

인별 엄마들의 삶처럼 살지 못해 억울해하는 것은

스스로가 만든 기준안에 들지 못하였다고

자신을 자책하고 괴롭히는 일이다.


마치 본인 스스로가 쌓아 올린
콘크리트 벽을 넘지 못한 채,
그 안에서 계속 떼를 쓰며
발버둥 치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래도 내가 어릴 때부터 꿈꿔온 삶이 있는데 ,

그녀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들처럼 최소한의 혜택을 누리며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인생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아

무언가를 탓하기보다는

나의 마음가짐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


나는 내가 B급 엄마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남들이 하는 것처럼 나도 아이에게 해주고 싶지만,  

그것을 모두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에겐 무용지물이다.

거추장스러운 장신구이며 수북한 먼지가 쌓여있는

쓰지 않는 물건 같은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최고를 해주고 싶지만

아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우리 집은 그럴 형편이 못될 때가 많다.

예쁜 옷과 신발도 신겨주고 싶지만

강직으로 뻣뻣한 팔과 다리에 입힐 수 있는

옷이 많지 않은 것도 미안한 일이다.


키즈 카페도 , 물고기 카페도 가서 아이가 조금이라도 세상을 보고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항상 나만 구경을 하고 오는 것 같아,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현타가 올 때도 있다.


하루는 그런 마음으로 힘들어하던 남편이 나에게 해준말이 있다.


우리는 아이에겐
최상은 못해줘도 최선은 다할 수 있어.


그랬다. 그것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삶의 태도였다.

아이와 우리 가족이 누렸으면 하는 것들을 못한다고 억울함과 미안함만을 가득 품고 사는 것이 아니라

최상은 못해줘도 그것을 대안할 수 있는

차선의 선택은 언제나 있었다.


아이가 걷지 못해 예쁜 신발을 못 신겨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휘향 찬란한 예쁜 양말을 신겨주면 된다

물고기카페, 키즈 카페를 못 즐기는 아이라 하더라고

푸른 숲과 나무가 주는 위로를 즐기는 아이기에

우리는 숲으로 여행을 떠나면 된다.



나는 그런 마음이 겸허라고 생각한다.

겸허는 자신을 올바로 평가하고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은

상황에 굴복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는 나약함이 아니라

인생의 파도 속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몸을 맡기는 것이다.

그렇게 겸허한 태도를 가지면 기쁨과 마음의 평화가 쉽게 찾아온다.


친정어머님은 항상 나에게 대충 살라 하신다.

되는대로 살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며 ,

자신과의 파괴적인 싸움을 멈출 수 있다.



나의 능력과 가치를 냉정하게
있는 그대로 평가하며,
자만이나 허영심이 없는
겸허한 마음은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삶의 태도였다.


나는 인별 엄마들처럼 A급 엄마는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 아이를 최선을 다해 안아주고

한 번 더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봐 주었기에



나는 B급 엄마라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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