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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Feb 22. 2024

파국이다.

별거라도 하면 안되냐며 펑펑 울다.


남편과 나는 mbti 가 상극이다.

남편은 estj

나는 infp 이다.



철저한 관리자형인 남편은

아이가 아프고 더욱 계획적으로 아이의 치료부터 모든 케어를 도와주고 관리했으며,

사소한 물품까지 챙기지 않았으면 뭐라했다.


왜 물티슈 안챙겼어 ?
이유식은 떨어지지 않게 미리미리 주문해야지


남편의 모든 말들이 잔소리로 느껴졌다.

그는 우리집의 사장이였고 나는 일못하는 인턴같은 느낌이였다.


물티슈 없으면 화장지에 물 뭍혀 닦으면되지
왜 또 잔소리야. 지겨워

즉흥적이며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나에게는 그것이 직장 상사의  잔소리와 억압처럼 느껴졌다.

가정이 24시간 돌아가는 회사였다.

하루하루 나의 피는 말라갔고 기가 빨렸다.


남편 역시 이런 내가 답답했을것이다.

일도 척척 못해 , 덜렁거려서 매일 뭔가 빠트려,

뭘 하자고 하면 잔소리라고 여기며 신경질을 내고 문을 닫고 나가버리니 말이다.


너 너무 배부른 소리 한다.

남들은 재택근무를 하며 이렇게 집에서 도와주는 남편이 있어 다행이라 하였지만 , 처음에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  상극인 우리는 24시간 붙어 있는 생활로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장애 아이를 키우면 세가지로 가정이 망한다 했다.

치료비에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거나,

돌보는 가족이 병에 걸리거나 ,

부부가 갈라서거나


실제 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는 사이가 안좋아졌으며, 나는 정말 병에 걸렸다.


나는 유부초밥을 싸다 그걸 집어 던지고 집을 나갔던 적이 있으며,

더이상 못살겠으니 이혼이 안되면 ,

별거라도 하고 싶다며 엉엉 운적도 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나는 심장발작과 같은 공황증세까지 보였고

바늘찔려도 피한방울 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남편도 종종 우울함을 호소했다.






더이상 이렇게는 안되었다.

남편은 점점 미쳐가는 나를 보며 위기의식을 느꼈다.

내가 심한 우울증으로 아이도 볼수 없는 상황이 된것이다. 물먹은 솜이 나를 짖누르는 듯했다. 침대에서 한발자국 나갈수 없었다. 무기력했고, 어떻게 죽어야  안아프게 죽을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했다.


그런 나를 보며 한발자국 먼저 용기를 낸건 남편이였다. 자신이 먼저 나를 이해해 보려 노력했다

아이를 열달 품고 낳은 아이의 장애에 자신과는 다른 슬픔과 예민함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인정해주었다.


하루는 운전을 하다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한 모든것이 틀렸던 걸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행동형인 남편은 문제를 인식하고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는 뜬금없이 꽃을 사오거나 편지를 써주었다.


남편의 잔소리는 예전보단 많이 줄었지만

사람이 바뀌는것은 쉽지 않았다.

그의 잔소리는 여전하지만 , 그럼에도 그는 의도적으로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도 그사람을 바꾸려하지않고 그저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요즘 나는 잔소리를 잘 들었다가 비슷한 상황이 오면 똑같이 되 갚아주는 나름의 거울 치료같은 것도 시도한다.

잘 먹혀들었을때 희열을 느낀다.

그와 7년을 함께 산 짬빠 같은게 생긴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때론 티격태격 남매처럼 지낸다.


24시간 붙어 있던 우리는 이제 각자의 시간 역시 필요하단걸 깨달았다.

우리는 각자 자유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나는 일주일에 한두번 자유부인이 되었고  

남편도 집이 아닌 카페에 가서 일을 하였다.


우리는 더이상 심각해지지 않기로 했다.


장애아이를 키우는 우리의 상황이 심각하기에

우리의 태도까지 심각해지면 안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푼수가 되었고, 주책맞은 아줌마 아저씨가 되었다.

소변컵에 타먹는 맥심 = 소맥 ㅋㅋ


이렇게 노력한다고 부부가 안싸울수는 없다.

또 언젠간 크게 싸울일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장애아를 키우며 각자 터득한 방식으로잘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장애아이를 키우며 우리 가정은 아직 망하지

않고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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