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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Feb 22. 2024

나는 자만했고 오만했다

꽃길만 걷고픈 마음이 쥐약이였다.

b 20.

장애인

이 세글자는 나와는 상관없는 단어라 생각했다

그저 다른 사람의 이야기일뿐,

안타깝게만 생각하고, 지나치고 외면했던 단어였다.


그 세글자가 나에게 갑자기 찾아와

그것도 나의 가장 소중한 아이에게 찾아왔을때

나는 너무나도 당혹스러웠다.


그랬다. 나는 자만하고 오만했다.

나의 인생엔 달콤함과 즐거움만이 있을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였다.

인생에 행복이 당연히 있는것처럼 불행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 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내가 행복을 누리고 자신만만해 있을때,

불행은 쥐도새도 모르게 갑자기 찾아와 등에 칼을 꼽았다.  손가락하나 꼼짝달싹할수 없게 된것이다.



아무런 어려움없이 그리고 때론 달콤하게만 살고자 했던것 역시 나에게는 쥐약이였다.


장애인이라는 단어 앞에서 , 그것도 전신마비, 뇌성마비, 사지마비, 뇌손상과 같은 무서운 단어앞에서 나는 한동안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뉴스에서 사이코 패스여성의 잔혹한 살인으로 사람들이 한창 떠들썩 했었을 때가 있다. 그 기사 아래 달린 댓글을 보고 나는 한참을 울었던적이 있다.

“저 여자는 사지마비가 되어 꼼짝없이 죽은것처럼 살아야해”

사람까지 살해한 여자에게 붙이는

잔인한 형벌같은 사지마비라는 단어가

아무런 죄도없이 태어난

나의 금쪽같은 아이의 병명이라니…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것처럼 아팠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지금,

장애인이라는 세글자는 우리가족에겐 어쩌면 방패이며 보호막이다.

장애인이기에 많이 불편은 하지만

그 단어 덕분에 선한 사람들의 배려와 보호를 받는다.  


나에게도 장애는 더이상 무서운 단어가 아니다.

장애인임에도 숭고하게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는것을 알고나서인가…


그들은 더이상 질병 앞에 나약한 사람들이 아닌

인생의 시련앞에서 담대한 혁명가이며,

경이로운 삶의 예술가였고

삶의 소중함을 알고 살아가는 작지만 거대한 위인이였다.


우리의 인생은 행복과 불행이 각자의 물결을 타고 있다” 라는 말이 있듯
나에게도 행복이 있었듯이 불행 역시 당연히 있는것이였다.


그렇게 생각하는것은 처음엔 어려운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시련을 소란스럽지 않게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인생은 어쩌면 카카오 70프로의 초콜릿과 같은 것이다 .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처럼 ,

인생의 단쓴의 (달콤함과 씁쓸함) 맛을 알아야 한다. 쓴맛이 높은 초콜릿이 몸에 좋은것처럼 ,

어느정도의 시련과 고난은 사람을 성장시켜준다.


그러니 , 시련앞에서 잠시만 두려워 하자.

시련이 왔다고 쫄지말자.


30년동안 장애아이를 키워온 한부부가

자신의 수십만평 땅을 기부하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장애아이를 키웠던건 우리 부부에겐 축복이였어요”


누군가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처럼 들릴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온전히 이해한다.


장애 아이는 말그대로 축복이였다.

달고 쌉싸름한 카카오 초콜릿처럼 ,

슬픔과 행복이 자연스럽게 섞여

입가에 미소를 띄게하는 것이였다.



나는 인생에서 꽃길만 걸을것이라고 착각한

지난날의 오만하고 자만했던 날들을 반성한다.


그리고, 장애인이라는 세글자에

두려워 몸을 웅크리고 있었던 , 지난날이 떠올라 부끄러울때면,

그것 또한 하나의 과정이였다고

스스로를 많이 자책하진 않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장애아이를 키우면서

나 자신 또한 매일매일 키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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