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연 Feb 22. 2024

아이돌 덕후가 아닌 아이덕후 입니다만

장애아이지만 이뻐 죽겠는걸 어떻해요.


”아이 입냄새를 향수로 만들고 싶어 ”

아이 입에 코를 박으며 말한다.

“그거 애기 젖비린내잖아!! 나는 우리애 비린내 별로던데”  친구가 웃는다.


“아이한테 음이온이 나오나봐”

“이건 과학적으로 증명해야해. 애한테 정말 음이온이 나온다니깐”

사람들은 팔불출이라며 웃는다.


나는 자주 아이를 품에 안고

따뜻한 음이온인지 뭔지 모를 좋은 기운을 느끼며 아이의 입냄새를 맞는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예쁜아이를 주셔서”

뇌성마비 장애아이가 뭐 그리 예쁠까 할수 도 있겠지만 난 진심이다.

우리 아인 사실 다른 정상 발달을 하는 아이들에 비해서는 많이 초초초 거북이이다

혼자 걷지도 , 기어다니지도 , 뒤집지도 못하는

1개월의 신생아 발달수준이다.

그런 아이에게선 사실 자랑할 일이 다른 아이에 비해

많지 않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장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지금 이 시간이 인생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 느껴질때가 많다.


할수 있는게 많지 않아도, 가진 재능이 없어도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사랑한다.



누군가는 그런 사랑이 신과 부모만이 나타 낼수있는 사랑이라고 했다.

신만이 나타낼수 있는 사랑이 나에게 허용된 것이다.

얼마나 영광스런 일인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곧 죽을것이라고 했던 아이가 살아서 우리 품으로 돌아 왔을때 , 나는 그저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 아이에게 감사했다.

할줄아는게 아무것도 없어도 존재 자체가
기적이였다.

나는 이런 초월적인 사랑을 태어나 처음 느꼈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아이를 통해 배웠다.


나태주님의 시집 “ 꽃을보듯 너를본다” 중  ”사랑에 답함 “


유명한 나태주님의 시집을 읽다 정말 공감가는 글을 발견했다. 어쩌면 이런 사랑이 소수만 느낄수 있는 고차원적인 사랑이 아닐까 ?


요즘 아이가 가끔 어마~~라고한다.

엄마라고 하는것 같아라며 나 혼자 착각하고 좋아한다. 아이의 방구소리, 하품소리, 심지어 가끔하는 한숨소리도 우리를 깔깔 웃게한다. 아이의 표정, 손동작, 의미없는 발차기 까지 우리에겐 기쁨이며, 유머의 소재가 된다.

하루의 끝에 아이의 호수같이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어떠한 걱정도 근심도 잠시 내려놓게 된다.



그러다 아이가 나를 보며 가끔 미소지을때는 마치 bts 정국을 보는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아이는 나의 이상형이 되었으며,
나는 아이돌 덕후가 아닌 아이덕후가 되었다.


아이가 정상으로 태어났으면 우리가 쭈니를 이렇게나 사랑했을까 ?
하루는 남편이 이야기 했다.

나 역시 그말에 매우 동감한다.

아이가 정상인으로 나왔어도 우리는 아이를 매우 사랑했을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손가락 5개중 유독 아픈 손가락에 신경을 쓰고 , 반창코를 붙여주고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온전히 나만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아이에게서 나는 인간의 힘을초월하는 사랑을 하게 되었다.

나는 더욱 신의 사랑에 대해 온전히는 아니지만, 아주 작게 나마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24시간 간호하고 간병하는 바쁘고 고된 일상속에서, 아이가 주는 행복감을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할지 모를뿐 , 장애아이지만 나도 남들처럼 자식자랑 이란걸 하면서 살고 싶을때가 많다.


누군가는 해선 안될 자랑중에 가장 안좋은게 자식자랑이라고 했다.

그래도 오늘 만큼은 왠지 실컷 자식자랑 이란걸 해보고 싶은 날이다.

나는 아무래도 콩깍지 제대로 씌인것 같다.

내 사랑스런 아가야, 넌 축복이야.
나에게 와줘서 고맙고 사랑해.







이전 04화 파국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