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퇴근길

- 사회 초년생 감성을 더듬으며(2011년 작)

by Lady Spider

어느 날 퇴근길에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꽃이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달빛을 반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달빛처럼 은은하고 그윽하게

주변 밤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다음 날 아침,

길 건너편 꽃나무를 스쳐 지나가는 시선으로

다시 보았을 때는,

나뭇가지에 꽃잎은 어느새 사라지고,

어린잎들이 나 있었다.

스스로 빛나던 그 꽃잎들을

내가 고개를 들어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행운이었다.


최근 읽은 법정스님의 수필집에는

살아서는 철저히 온전하게 삶을 살고,

죽을 땐 전부,

남김없이 죽어버리라는 말이 있다.


봄의 꽃잎들은 자연스레

그것을 실천하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빛이 났던 것 같다.

아무래도.


봄밤의 꽃빛을 추억하며,

그렇게 뱀이 허물을 벗듯,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꽃잎이 바로 내일 떨어져 흩날려 버릴 듯

귓속에 귀를 기울이고,

눈 속에 눈을 떠서 날마다 새롭게

맑게 깨인 채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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