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퇴근길
- 사회 초년생 감성을 더듬으며(2011년 작)
by Lady Spider Jan 26. 2023
어느 날 퇴근길에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꽃이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달빛을 반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달빛처럼 은은하고 그윽하게
주변 밤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다음 날 아침,
길 건너편 꽃나무를 스쳐 지나가는 시선으로
다시 보았을 때는,
나뭇가지에 꽃잎은 어느새 사라지고,
어린잎들이 나 있었다.
스스로 빛나던 그 꽃잎들을
내가 고개를 들어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행운이었다.
최근 읽은 법정스님의 수필집에는
살아서는 철저히 온전하게 삶을 살고,
죽을 땐 전부,
남김없이 죽어버리라는 말이 있다.
봄의 꽃잎들은 자연스레
그것을 실천하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빛이 났던 것 같다.
아무래도.
봄밤의 꽃빛을 추억하며,
그렇게 뱀이 허물을 벗듯,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꽃잎이 바로 내일 떨어져 흩날려 버릴 듯
귓속에 귀를 기울이고,
눈 속에 눈을 떠서 날마다 새롭게
맑게 깨인 채로 살아가고 싶다.